새 영화/ 썸머 오브 샘
수정 2000-03-28 00:00
입력 2000-03-28 00:00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어디선가 알 수 없는 남자의 구두가 차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온다.편지가 땅바닥에 놓이고 총부리가 차안으로 겨눠지는 순간 차안은 피범벅이 된다.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썸머 오브 샘(4월1일 개봉)은 1970년대 미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사건 ‘샘의 아들’을토대로 한 잔혹스릴러다.
스스로를 ‘샘의 아들’이라 부르는 미치광이 살인마는 개가 유난히 짖어대는 밤이면 44구경의 매그넘으로 카섹스를 하는 젊은 연인과 갈색머리의 백인미녀만을 골라 죽인다.그는 ‘살인1주년 기념살인’을 예고하며 경찰과 매스컴에 살인예고 편지까지 보내는 대담성을 보인다.1년여 동안의 살인행각 끝에 검거된 ‘샘의 아들’은 보안시스템 회사에서 해고당한 데이비드 버코비츠로 밝혀진다.그는 365년의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뉴욕 폴스버그의 코렉셔널 감옥에 수감중이다.이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은 ‘연쇄살인마(SerialKiller)’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썸머 오브 샘’에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스타일리스트적인 면모가 그대로드러나 있다. 기존의 스릴러는 모노톤의 색조에 공포효과, 무거운 사운드로일관하며 전체 분위기를 어둡고 음산하게 몰아간다.하지만 ‘썸머 오브 샘’은 관객들에게 두려움을 강요하지 않는다.오히려 흥겨운 음악과 춤,현란한영상으로 살인이라곤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한다.그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살인장면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스파이크 리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음악이다. 그의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이야기를 끌어가는 매개체다.스파이크 리는 ‘똑바로 살아라’에서는 힙합그룹 퍼블릭 애너미의 ‘파잇 더파워’를 효과적으로 사용했고,‘모 베터 블루스’에서는 감미로운 재즈 선율로 관객들을 매혹케 했다.‘썸머 오브 샘’에서는 살인장면에 아바의 ‘페르난도’가 경쾌하게 흘러나와 살인의 잔인함을 더해준다.또 펑크록커 리치(애드리안 브로디)의 게이쇼 장면에서는 화려한 영상에 그레이스 존스의‘장미빛 인생’이 어우러져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썸머 오브 샘’은 미국 내에서도 등급논란 끝에 R등급을 받았다.극중 부부인 디오나(미라 소르비노)와 비니(존 레귀자모)가 혼성 섹스크럽인 ‘플라톤의 안식처’에서 난교하는 장면 등이 너무 선정적이기 때문이다.지난 99년여름 미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스파이크 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올랐다.국내 상영판은 난교장면을 포함 9분 가량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면기자
2000-03-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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