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 하숙집 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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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3-21 00:00
입력 2000-03-21 00:00
금싸라기 땅인 서울 강남의 테헤란 밸리에 하숙집이 성업중이다.테헤란로주변에만 최소한 60여개가 넘는다.

하숙생들은 주변의 벤처 기업체나 관공서 등에 다니는 미혼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역삼역 주변의 한 하숙집에는 35명의 하숙생 가운데 10명이 벤처기업에 다닐 정도로 최근에는 벤처 직원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디지털 세대답게 격식이 없고 개인 생활을 중요시한다.특히벤처 직장인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밤늦게 퇴근하고 아침 일찍 출근한다.대학생들은 생활이 불규칙하고 시끄럽다며 아예 받지 않는 곳도 많다.

한 명의 주인이 방이 30여개나 되는 하숙집을 3∼4채씩 갖고 있는 기업형에서부터 하숙생이 3명뿐인 소규모형까지 다양하다.

두 사람이 한 달에 25만원씩 내는 절약형 2인실도 있고,한 달 하숙비가 75만원인 ‘호화 독방’도 있다.75만원짜리는 4평 크기에 대형 TV와 냉장고,화장실,샤워실까지 갖춰 요즘 ‘잘나가는’ 벤처 직장인들의 씀씀이를 가늠케한다.

역삼역 주변에서 3년째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50·여)는 “늦잠을 자는 하숙생은 휴대 전화로 깨우기도 한다”면서 “새벽에 컴퓨터나 외국어학원에 갖다온 뒤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직장인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테헤란로 주변에만 최소한 60여개의 하숙집이 있을 것”이라며 “대학가 주변 하숙집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입방식(入房式)’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테헤란로 일대 하숙생들은 개인생활을 중요시한다”고 덧붙였다.

1년 남짓 테헤란로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 벤처기업 직원 최유강(崔維剛·28)씨는 “식비 등을 감안하면 하숙하는 것이 자취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면서 “하숙집은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옮기고 싶을 때 쉽게 이사를 할 수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2000-03-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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