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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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3-20 00:00
입력 2000-03-20 00:00
선거는 정녕 판도라의 상자인가.새 천년의 첫 정치행사인 4·13총선의 뚜껑이 열리자 낡고 썩은 정치의 찌꺼기가 쏟아져 나왔다.극단적인 지역감정의자극과 근거없는 색깔론의 유포,무책임한 흑색선전,그리고 천문학적 액수의돈 살포 등 선거판은 날이 갈수록 더 혼탁해져 가고 있다.그러나‘판도라의상자’밑바닥에 희망이 남아 있던 것을 잊지 말자.그 희망은 바로 유권자이다.

투표행위란 그저 한 표를 던진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올바른 한 표를찍는다는 의미이다.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유권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투표는 유권자의 기본권리이자 의무이다.부득이한 사정으로 투표일에 집을 떠나 있거나 신체의중대한 장애로 움직일 수 없는 유권자도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이런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바로 부재자투표이다.

지연, 혈연 또는 학연에 따라가면 안된다.선심공약이라든가 도저히 실현할수 없는 공약을 마구 내세우는 것에 속아서도 안된다.선거 부정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타락선거는 유권자의 동조 내지 방임 없이는 불가능하다.그런점에서 타락선거의 책임으로부터 유권자들이 자유스러울 수 없다.선거 부정을 보고서도 못본 체 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선거 부정을 보면 그대로 넘어가지 말고 선거관리위원회나 시민단체에 고발해야 한다.고발할 때 물증이 있거나 그 정황이 정확하면 더욱 좋다.

불법선거운동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돈을 마구 쓰는 것이다.철저한 공영제가 아니므로 선거에는 어차피 돈이 들게 마련이다.문제는 꼭 돈만 쓰는것이 아니라 돈으로 표를 팔고 사는 일이 일어난다는 점이다.금권선거는 필연적으로 금권정치를 유발시킨다.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을 조달하는 과정에서검은 돈에도 손을 내밀게 되고,각종 이권에 개입하기 때문이다.금권정치는정경유착,부정부패,빈부 격차 등을 심화시킨다.금권정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바로 돈을 받고 뽑아준 유권자 자신이 된다. 후보자가 돈을 뿌리면 단호히거절하거나 받아서 선거관리위원회나 시민단체에 갖다주어야 한다.

지금 많은 후보들이 지역감정을 극단적으로 부추기고,색깔론을 퍼뜨리고 있다.지역주의와 색깔론은 우리 정치가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역사적 과제이다.낙선운동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 전체의 틀을바꾸자는 것임을 깨달아 지역에 흔들리지 말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투표행위는 구체적인 대상을 놓고 누가 더 나은 사람인가를 판단·선택하는행위이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먼저 후보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이를위해 선거홍보물 등 관련 정보를 꼼꼼히 챙겨 보아야 한다.총선시민연대에서발표한 낙천 대상자 명단은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가장 좋은자료이다. 후보 검증은 시민의 기본권이다.그러나 바른 투표를 하려고 해도유권자에게는 후보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가 없다.따라서‘문제 정치인’을유권자에게 알려주는 것은 시민단체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좀더 적극적인 선거 참여로는 자원봉사 활동이 있다.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 업무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이다.선거법에 의해 모든 선거에서는 등록된 사람에 한해서 공명선거감시단 활동을 할수 있으며 국가에서 재정적 지원도 하도록 되어 있다.

특정 후보자를 지원하는 자원봉사활동도 좋다.특정 후보에 대한 자원봉사를할 때에는 자원봉사자 모집을 빙자한 금품수수 행위 등 불법을 거부해야 한다.자원봉사자는 통상적 범위 안의 다과와 음료만 대접받을 수 있을 뿐이다.

자원봉사자 모집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하고 봉사자로 들어올 것을 약속 받거나 모집 신청서를 무작위로 배포하면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돈 안드는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원봉사자들이 후보자와의 은밀한 거래로 오히려 부정선거의 당사자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깨끗한 선거는 유권자의 적극적이고도 자발적인 노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낡은 정치에 대한 절망과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가 엇갈리는 2000년의 정치를 새로운정치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마지막 희망은 유권자밖에 없다.

孫 赫 載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정치학박사
2000-03-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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