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 방송과 신문이 ‘차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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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3-15 00:00
입력 2000-03-15 00:00
즉각적으로 반응한 동아일보 10일자 기사의 비판적 지적-외부의 ‘요청’에의한 것이며,편집국이 아니라 사장단이 결정했다는 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외압에 민감하고 경영진이 편집권을 훼손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기 때문이다.
방송협회의 결의가 나오자 바로 동아일보와 한겨레신문이 응답했다.동아일보는 11일자에서 방송협회 결의가 ‘언론자유를 원천 봉쇄’하며 ‘국민을낮춰보는 계몽주의적 언론관’에서 나온 것으로 ‘지역감정에 관해서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반면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에서 ‘언론의 여과없는 지역감정 관련보도는 큰 해악을 끼친다’면서 보도문제를 ‘개별 신문사에 맡기면 상업주의적 경쟁 때문에 실행이 어려우므로방송사 경우처럼 신문협회가 나설 것’을 주문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10일 한겨레의 사장이 신임 신문협회장에 선출된 뒤,그동안 가만히 있던 몇몇 신문이 방송협회 결의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사설과칼럼을 게재한 중앙일보와 문화일보가 들고 나온 것은 역시 ‘국민의 알권리침해’였다. 그러면서도 방송 쪽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단다.‘물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고’(중앙일보 13일자 사설),‘언론이 지역감정을 악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상업주의적으로 보도하여 오히려 증폭하고 있음’(문화일보 〃)은 사실이란다.
어쩐지 자신이 아닌 남의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역감정 보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사실 전부터 언론사 편집국 내에서 곤혹스레 논의되어 왔다(조선일보 11일자 기자의 눈,‘지역감정보도,할 수도말 수도…’).이것은 결코 일부 논자의 지적처럼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가려서 보도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이 문제와 관련해‘국민의 알권리’를 앞세우는 사람들은 오늘날 언론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지 않고,또 그럴 수도 없다는 상식부터 되새기길바란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마다 후보자마다 무수히 쏟아내는 말들을 근거 여부나뉴스가치에 대한 판단없이 그대로 중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일부러 기자들을 모아놓고 계산된 발언을 하거나,기껏해야 조직되고 동원된 당원 100∼200명을 앞에 놓고서 근거없고 속이 빤한 발언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뉴스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게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쪽은 뉴스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일부 신문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이 점에서 신문협회가 보도자제를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않다. 뉴스가치에 대한 판단은 어차피 매체마다 다를 수 있기에,차라리 신문과 방송이 총선보도에서 확실한 차별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정말 방송이라도 상업주의 선정적 보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가길 바란다.때마다 공영성 강화를 천명하고 결의했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는 방송사들이기에더욱 그런 기대를 가져본다.
엄주웅 언론개혁민연대 정책실장
2000-03-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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