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실 ‘금녀의 벽’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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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2-08 00:00
입력 2000-02-08 00:00
‘금녀(禁女)의 성’ 기획예산처 예산실의 문이 마침내 열렸다.8일 감사법무담당관실에서 예산실 예산총괄과로 자리를 옮기는 장문선(張文銑·28·행시 39회)사무관이 맨처음 ‘입성’하게 되는 주인공이다.

가정이나 기업과 달리 정부의 살림,즉 ‘예산’은 줄곧 남성들의 몫이었다.

지난 61년 경제기획원이 출범한 뒤로 39년간 예산실엔 기능직을 빼곤 단 한명의 여성도 발을 들이지 못했다.단지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에서다.매년 10월2일까지 정부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더운 여름철 휴가도 못가고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격무를 여성이 맡기는 벅차다는것이다.관료사회의 오랜 남성 중심 관행이 빚어낸 또 하나의 장벽이었던 셈이다.

‘금녀의 벽’은 진념(陳념)장관이 앞장서 깼다.지난달 “정책개발에 남녀가 있을 수 없다.예산실에도 여성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예산실장 등에게 전했고,이것이 장 사무관의 인사로 이어졌다.

장 사무관은 96년 임용돼 철도청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예산처로 옮긴경력 4년의 ‘신출내기’다.파격적 예산실 입성으로 쏠리는 시선을 그는 “담담하다”는 말로 살짝 비켜났다.“기획예산처를 지원한 마당에 언젠가는예산업무를 맡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예산업무는 무엇보다 부처간,직원간 협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산실의 첫 여성인 만큼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경호기자 jade@
2000-0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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