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씨 실험극 ‘나는 고백한다’
수정 2000-01-25 00:00
입력 2000-01-25 00:00
‘시험을 망친 날 학교에 불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지하철에서 일단 자리에 앉으면 무조건 눈을 감습니다’‘부당한 명령에 저항하지 않았습니다’….어떻게 이 많은 잘못들을 일일히 기억해 냈을까싶게 김광림은 20여장 분량의 대본에 인간의 갖가지 추악한 면을 징그러울 정도로 샅샅이 드러냈다.
‘나는 고백한다’에는 연극의 기본 요소인 인물과 플롯이 없다.두명의 남녀는 나일 수도,혹은 당신일 수도 있다.이들은 무대에 그려놓은 흰색 선 위를마치 평균대타듯 위태롭게 오가며 아무렇지 않게 부끄러웠던 순간들을 고백한다.여배우 이혜은은 “연습하다 보면 인간이란 정말 더러운 존재구나 싶지만 그게 우리 인생 아니겠느냐”고 작품을 분석했다.
왜 하필 고백극일까.김광림은 “우리가 저지르는 잘못은 거의 그럴 수밖에없는 것들”이라면서 “대리고백 형식을 통해 관객들이 집단적으로 정화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림은 지난 87년 ‘아빠 얼굴 예쁘네요’를 시작으로 ‘북어대가리’‘날보러 와요’등을 연출했으며,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있다.
이혜은과 문사비로가 여자역으로 교체출연하며,남자는 황택하가 나온다.28일∼3월5일,유시어터.(02)3444-0651.
이순녀기자
2000-01-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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