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부서 이색공무원] 서울시 화장실문화향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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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1-21 00:00
입력 2000-01-21 00:00
새들의 노래 소리가 나는 화장실,해질녘 변기에 앉아 노을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일(?)보는 중에 한편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화장실….서울시내에서 이런 화장실을 만나 볼 날도 멀지 않았다.

서울시내 공중화장실 535곳과 4,000여곳의 공공화장실을 새롭게 탈바꿈시킬 서울시청 ‘화장실문화 수준향상팀’이 있기 때문이다.화장실을 ‘뒷간’정도로 치부해온 정서를 감안할 때 이런 팀이 있다고 하면 ‘웬일’이라고생각함 직하다.

하지만 팀원들의 의욕은 대단하다.2000년 ASEM대회,2001년 한국방문의 해,2002년 월드컵 등 큰 국제행사에서 높아진 우리나라 문화수준을 보여주자는일념이다.

시청직원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으로 통할 만큼 유명한 ‘서울시 행정의 마당발’ 백무경(白武景·50)서기관(대우)을 팀장으로,방명환(方明煥·52)·차윤기(車允基·43)·주원섭(周元燮·42)·전현섭(全現燮·40)주임이 팀원으로 구성돼 있다.

화장실문화 수준 향상팀은 지난해 12월에 조직된 신생팀.하지만 출범 1개월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백서기관은 화장실문화 수준 향상팀을 맡자마자 화장실 연구에 몰두,일주일 만에 관련서적 10여권을 독파했다.‘화장실’이란 단어만 나오면 화장실의종류,다양한 외관,내부구조 등 며칠이라도 쉬지 않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서기전(BC) 25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고대 바빌로니아의 벽돌변기,로마의 석조변기,중세유럽의 오물처리,우리나라의 잿간변소·해우소(解憂所)등 동서양의 화장실 역사를 줄줄이 꿰는 화장실 강의는 날 새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화장실문화 시민연대와 함께 화장실 신고센터(02-752-4242)도 만들었다.서울시내 화장실을 대상으로 좋은 화장실,나쁜 화장실을 선정,매해 두 차례 등급별로 표창과 시정권고를 할 계획을 세웠다.어디를 가나 똑같은 남녀 구분표시를 색다르게 바꾸고 장애인·노인·유아용 구분 표지판,금연표지판 등다양한 표지판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을 준 상태다.

올해 말까지 종묘광장·동대문운동장·신촌역·길동생태공원 등 서울시내공중화장실 25곳을 시범공중화장실로 정해 휴식장소를 겸한화장실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백서기관은 “외국 관광객들은 언어소통·교통혼잡 다음으로 화장실 사용의 불편함을 지적한다”면서 “한번 사용하고 마는 곳이 아니라 휴식공간·생활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다진다.

최여경기자 kid@
2000-01-21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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