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없는 정치개혁 입법] 여야 타결안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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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1-17 00:00
입력 2000-01-17 00:00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당초 의도했던 개혁안에서 크게 뒷걸음질친 기대 이하의 졸속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흔적이 법안 곳곳에 나타남에 따라 ‘개혁후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의원정수는 처음 약속과는 달리 현행대로 299석으로 낙착됐고 지역구 의석수는 오히려 5석이나 늘어났다.이에 따라 여성이나 전문인력 등의 원내진출을 돕기 위해 확대하겠다던 전국구 의석은 5석이 줄었다.한나라당은 도·농복합지역 4곳에 대해 특례적인 분구조치를 요구했고 여당은 이를 허용함으로써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여야 협상팀들은 일부 현역의원을 봐주기 위해 선거구 조정을 위한 인구기준을 당초 생각했던 지난해 11월말이 아닌 지난해 9월 말을 적용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야당이 잠정합의를 파기하고 이에 여당이 선거법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야당의원들이 국회의장공관을 봉쇄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대부분 허사로 끝났다.중선거구제 도입은 여야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무산됐다.야당의 반대가 거세자 여당은 ‘차선책’인 도·농복합선거구제로 물러섰다가 결국은 소선거구제를 받아들였다.
중복입후보제나 석패율제 도입 정도로 여야 모두 ‘전국정당’의 모양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공직자 입후보 조항과 관련,국회의원이 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할 때는 후보등록 전까지 의원직을 내놓도록 한 반면 자치단체장이 총선에 출마하려면 6개월 전에 사퇴토록 규정한 것도 이기주의적 발상의 극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여야가 합의한 정치개혁 법안에 대해 ‘개혁의지의 실종’으로 비난하면서 ‘낙천·낙선’운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정치권 스스로 자승자박의 상황을 초래한 만큼 ‘시민파워’를 누그러뜨리기에는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4월 총선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현역의원들에 대한심판의 강도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민기자 rm0609@
2000-0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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