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보스들 공개적 지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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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1-12 00:00
입력 2000-01-12 00:00
한나라당이 본격적인 공천심사를 앞두고 내홍(內訌)에 시달리고 있다.각 계파 중진들이 공개적으로 공천 지분요구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순(趙淳)명예총재는 11일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과 신한국당의 합당 당시 민주당 지분 30%보장을 주장했다.“불분명한 잣대로 특정인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며 옛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특별배려’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공천 과정의 민주성,투명성,공개성을 촉구했다.“측근들을 중심으로 사당화(私黨化)하는 등 3김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며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직격탄까지 날렸다.

이기택(李基澤)전 총재권한대행도 기회있을 때마다 “어떤 경우든 합당 당시 지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배수진을 치며 이총재에게 압박을 가하고있다.“이총재측에게 전달한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공천심사위원장까지 노렸던 김덕룡(金德龍)부총재는 계보원들의 공천 신청과정부터 직접 챙기며 공천권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공천권 행사에 대한이총재측의 ‘견제’에 불만이 쌓여가는 눈치다.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도 이미 이총재측에게 일부 공천권 보장 요구를 전달했다.그동안 김전부총재가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대구·경북지역과 민정계의원들에 대한 공천 문제는 자신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광주를 비롯,일부 호남지역 지구당 위원장들은 “특정지역을 홀대하고있다”며 공천 신청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당지도부에 대해 ‘시위’를벌였다.일부 위원장들의 자민련 입당설과 공천 신청서를 낸 일부 인사들의신청 철회설도 흘러나오고 있다.전남지역 한 지구당위원장은 “지역에 출마해야 아무런 희망도 없는데 당에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자민련으로 나가서 ‘활로’를 모색해봐야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토로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면서 3김식 계파정치를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계파 중진들의 지분챙기기를 비판했다.다른 측근은 “지역구 관리도 제대로 안한 조 명예총재가 당을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며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다음주초 구성될 공천심사위 인선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각 계파가 신경전을벌이고 있어 한나라당 공천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최광숙기자 bori@
2000-01-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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