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애나 앤드 킹
수정 1999-12-23 00:00
입력 1999-12-23 00:00
31일 개봉되는 ‘애나 앤드 킹’(감독 앤디 테넌트)은 제목이 좀 바뀌긴 했지만 율 브린너와 데보라 카 주연의 ‘왕과 나’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거리를 알고 있는 영화다.19세기말 샴 왕국에서 있었던 실화로 지난 46년과 56년 존 크롬웰과 월터 랭 감독에 의해 각각 영화화됐다.‘애나 앤드 킹’은샴 국왕역의 주윤발과 영국인 가정교사 역의 조디 포스터가 함께 연기했다는 것 만으로도 이목을 끌 만하다.영국 시인 루드야드 키플링은 “오,동양은동양,서양은 서양,그 둘은 결코 만날 수 없으리”라고 단정했지만,이 영화에서 만큼은 적어도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통해 동과 서가 하나로 만난다.
영화는 국경과 신분을 뛰어 넘는 이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되 19세기 제국주의의 침략상을 드러내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샴은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한 자유국가였다.구미 열강과 손잡는 것은 곧 왕조의 몰락을 의미함을 잘 알고 있던 몽쿠트 왕은 자신의 통치권을 희생하면서까지 국민의 자유권을 보장했다.30년 넘게 수도원에서 학문을 닦은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몽쿠트 왕은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주윤발은 특유의온정적 카리스마로 강한 성격의 몽쿠트역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김종면기자
1999-12-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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