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기자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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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1-10 00:00
입력 1999-11-10 00:00
‘언론문건’ 파문의 빌미를 제공한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자진귀국,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언론문건을 둘러싼 여야 격돌이 국회까지 마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문 기자가 귀국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이번파동을 이성적으로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문 기자는 ‘언론문건’ 관련 고소사건에서 어디까지나 참고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언론개혁’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문건으로 만들어 이종찬 국민회의부총재에게 보냄으로써 이번 파동을 일으켰다. 게다가 그는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들을 비롯해서 청와대 비서관들과 수시로 통화를 해서 야당이 의혹을 증폭시킬 수 있는 소지(素地)를 제공했다.

현역기자가 언론개혁의 당위성과 함께 ‘공작적 성격’이 짙은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정·관계 인사들과 빈번하게 접촉을 가진 것은 아무래도 기자의 상궤(常軌)를 벗어난다.그가 아무리 활동적이고 대인관계에뛰어난 기자라도 말이다.결국 그는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빗나간 기자’의 전형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문 기자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이 불러온 이번 파문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통감하고,이 사건에서 적어도 자신이 관련된 부분에 관해서는 양심에 따라솔직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자신의 잘못을 감추거나 평소 가깝게 지냈던정·관계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그는문건을 작성하기 앞서 이 부총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요청이 있었는지, 문건 작성에 다른 사람이 개입했는지,왜 문건을 이 부총재에게 보냈는지,문건이 폭로된 뒤 이 부총재나 그 측근과의 접촉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문건의 원본이 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그리고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나 청와대 비서진과 전화 접촉이 있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도 당연히 사실 그대로 밝혀야 한다.

검찰 또한 정치적 판단을 떠나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힘으로써 명예회복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문 기자가 자진 귀국해서 조사를 받고 있는 마당이다.

이번 사건을 폭로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더 이상 검찰의 출두 요구를 거부할명분이 없다.이제라도 떳떳하게 출두해서 검찰의 조사에 응해야한다. 정치권도 검찰의 수사가 끝낼 때까지 불필요한 정치공방을 자제하기 바란다.

문 기자의 자진 귀국마저도 야당이 공작으로 몰아붙여서야 말이 되는가.정의원 등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문제는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 거론해도 늦지않다.
1999-11-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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