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개혁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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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1-09 00:00
입력 1999-11-09 00:00
김우중(金宇中) 회장의 후임 선출에 실패,심각한 상처를 입은 전경련이 5대그룹의 이익대변기구라는 여론의 비판에 밀려 시험대에 올랐다.
전경련은 새 회장대행체제 출범과 함께 개혁특위를 가동,개혁을 위한 건설적 제안을 제한없이 수렴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한시적인 회장대행체제로 난제 중의 난제인 전경련 개혁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리더십 취약한 새 지도부 김각중(金珏中) 회장대행은 대행자리에 오른 지6일만인 8일 전경련에 첫 출근,업무보고를 받았다.뒤늦게 이뤄진 업무보고였으나 정작 이 자리에서 김 회장대행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전경련 개혁에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다만 임원들에게 “힘이 없는 사람이지만 잘 해보겠다”는 ‘맥빠진’ 취임소감만 피력했을 뿐이다.이날 업무보고는 1시간30분만에 끝났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 대행이 스스로 3개월짜리 임시회장임을 자처하고있어 손병두(孫炳斗) 부회장이 중심에 설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전경련의 조직생리상 비(非)오너인 손 부회장이 개혁의 주도권을 쥐고일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숨죽인 재계 재계는 전경련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목소리를 죽이고 있다.전경련 개혁의 청사진이 무엇일지 일단 전경련 개혁특위가 출범해봐야 안다며 눈치보는 형국이다.그러나 전경련이 개혁대상으로 떠오르는 데 대해선일견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조석래(趙錫來) 전경련 부회장(효성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전경련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운영방식을 고쳐야 한다”면서도 “정경유착,정치인에 대한 금품제공,담합행위 등 작은 잘못때문에 경제발전이라는 큰 업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개혁특위 잘 될까 이르면 이번주중 출범할 예정인 개혁특위는 역할과 비중이 아직 모호한 상태다.손 부회장은 “오너중심의 회장단 구성 등 모든 사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논의 범위와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다.오는 11일 전경련 월례회장단회의에서 보고될 개혁특위 초안에는 운영방식과 위원구성 등만이 포함돼 있다.특위가 출범된 뒤 논의 수준을 결정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 부회장은 “개혁특위 활동은 이미 올해초 발표한 전경련 개혁안 ‘비전2003’에 담긴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전경련 개혁은 하루아침에이뤄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모호함때문에 내년 2월까지인 회장대행체제 아래에서 전경련 개혁이 가시화될 지 의문이다.
김환용기자 dragonk@
1999-11-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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