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性 해방’과 시대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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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0-26 00:00
입력 1999-10-26 00:00
‘성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탤런트 서갑숙씨(38)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벌써 5만부 이상팔리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올 상반기 ‘O양의 비디오’는 PC통신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비정상적인 관계’를 그린 영화 ‘거짓말’도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최근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자 인산인해를 이뤘다.이뿐만 아니다.TV,인터넷,서점가 등에는 ‘성’이 넘쳐 흐른다.

이같은 요즘의 ‘성의 해방’은 한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이 상업적인 ‘성의 판매’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스토리와 구성의 탄탄함보다는 말초적 감각을 자극해 ‘손님’을 끌려는 얄팍한 수법이라는 것이다.특히 세기 말에 편승한장삿속이라고 개탄한다.

그러나 당사자격인 여성계의 시각은 전반적으로 다르다.서씨의 책을 ‘괜찮게 썼다’고 후하게 점수를 준다.“남성의 음성적인 성뿐 아니라 여성의 음성적인 성도 떳떳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특히 서씨의 경우 “공인이면서도 솔직하게 자기를 표현했다”고 칭찬하는 여성학자들도 많다.‘거짓말’ 등의 영화도 마찬가지다.다소 문제가 있지만 창작의 자유로운 정신을막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우리 문화의 가장 큰 맹점이 창작성 부족이기 때문에….

그러면서 여성계는 서씨의 책에 모아진 ‘이상 열기’에 고개를 갸우뚱한다.“여자가 주인공이라 그런 것 아니냐”고.여성 장관,방송인 백지연,남자접대부 처벌,옷 로비 등 여성과 관련된 사안 등이 크게 화제를 부르는 것과 동일선상이 아니냐는 시각도 갖고 있다.

요즘 여성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는 무척 많다.이혼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여자가 먼저 이혼을 신청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또 미혼여성의 48%는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한다.

물론 성의 무분별한 해방은 사회발전을 가로막는다.그러나 댐이 무너질 때는 물이 격류로 흐른다.또한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이번 서씨의 ‘도발’은 이런 차원에서 봐야 되는 게 아닐까.



21세기에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건 남성 지식인등도 강조한다.그렇지만 서씨의 책이 화제가 되는 것은 말로는 21세기의 패러다임 변화를 떠들지만 아직 의식이 봉건적으로 낙후돼 있다는 반증이다.사족 한마디.검찰이 이 책을 ‘건전한 풍속을 해치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려한다면 도도한 사회변화의 흐름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몸짓이란 생각이 든다.

박재범 특집기획팀 차장jaebum@
1999-10-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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