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탐험] 시골역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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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0-19 00:00
입력 1999-10-19 00:00
간이역 역장의 근무여건을 보면 한 조직의 장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명색은 기관장이건만 직원들과 똑같이 2교대 24시간 근무를 한다.철야근무는 철도인의 기본이어서 몸에 배어 있다지만 나이를 먹은 역장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이들은 ‘기름이 내린다’는 말로 철야근무의 어려움을 호소한다.‘철도공무원은 60세를 넘기기 어렵다’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있다.

간이역에는 역장실은 물론 역장에게 특별히 배정된 자리조차 없다.대도시 5급역 역장이 되야 비로소 철야근무를 면하고 조그만 역장실이라도 갖추게 된다.업무량도 만만치 않다.열차가 간이역은 통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까지도 관리·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업무량은 상당하다.보통 하루 50∼80회의 열차가 정차하거나 통과하며 중앙선의 경우 100회가 넘는다.

6급역 역장이 받는 봉급은 시간외 수당을 포함해 월 170만원선.봉급은 그렇다 하더라도 판공비는 역장들이 밝히기를 꺼릴 정도로 미미하다.월 7만∼10만원이 지급되나 지역에서 어엿한 기관장 대접을 받는 역장들이 품위유지(?)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이로 인해 대다수 역장들은 주민행사때 사비를 털어 체면치레를 하곤 한다.

거주 문제도 역장들 고민의 하나.관사가 있지만 13∼15평 규모로 기숙사 수준인데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가족과 함께 관사에 거주하기 힘들다.따라서 지방 대도시에 거처를 정하고 열차로 100∼300리 길을 통근하는 경우가 많다.간이역 역장은 24시간씩 근무하고 주변에 식당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사도 손수 해결해야 한다.함께 근무하는 역무원과 번갈아가며 식사준비를 하다 보면 요리솜씨가 상당한 수준이 된다.

역 대합실에 몰려드는 술주정꾼과 행려병자를 처리하는 일도 골칫거리다.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역에는 항상 갈곳없는 사람들이 찾아들어 업무에 지장을 준다.하지만 역에서마저 쫓겨나면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때로는 모포와 더운 물을 내주기도 한다.



그러나 역장들은 이러한 외형적 고충보다 농촌이 발달하면서 주민들의 삶이 역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데 대해 서운함을 느낀다.이기주(李基炷·41) 경기도 구둔역장은 “자가용 보유가구가 늘면서 기차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점차 줄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hjkim@
1999-10-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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