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서정욱 과학기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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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0-12 00:00
입력 1999-10-12 00:00
인간은 웃을 줄 알기 때문에 만물의영장이라고 한다.
웃음은 인간생활의 활력소이며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그 가치는 더 커진다.
인간이 고독에 시달리고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을 때 웃음이나 유머는고독을 달래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해서 생활을 풍요롭게 만든다.유머는단순히 우스갯소리나 농담이 아니다.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원천으로한 따뜻한 마음씨와 태도에서 우러나온다.
유머감각은 오히려 웃을 수 없는 심각한 고민이나 뼈 아픈 고통 속에서 발달한다.유머란 아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아량이라고 할 수 있다.고민이나낙담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성숙하고 사려깊은 유머의 참모습이다.
사람은 가면을 쓰고 산다.생긴 대로의 얼굴을 드러내기가 두렵고 생긴 모습보다 잘보이려고 가면을 쓰고 산다.유머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위력을 갖고 있다.유머러스한 일은 무의식 중에,예기치 않은 상황 중에 일어나 일생 동안 소중히 지켜온 가면을 용서 없이 벗어던지게만든다.꾸며놓은 완벽한 모습이 아니고 생긴 대로 인간미가 있는 어수룩한 참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일지 모른다.
가면을 벗고나서야 비로소 인간은 새로운 자기인식이 가능해진다.가면을 쓴채로 사는데 길들면 본래의 자신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진다. 자기기만(自己欺瞞)을 타파해야 비로소 깊은 자기통찰이 가능해진다.자신을 밖에서 바라보고자신의 결점이나 실패에 대해서 비웃는 자기풍자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자기풍자는 열등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또한 인간관계를 원활히 유지하기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했다.인간은 원래 완전한 영지(英知)와는 거리가 먼 존재이고 정도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어리석은 존재다.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웃을 수 있는사람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다.인간적으로 성숙하고 정말로 자유로운 마음을갖는 사람만이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도 마음으로부터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자기풍자는 유머의 극치이다.각박한 세상일수록 웃으며 살자.
1999-10-1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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