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남북 언어의 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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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0-09 00:00
입력 1999-10-09 00:00
물론 이같은 남북 언어의 분단과 이질화의 심화는 남북한 모두에게 책임이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특히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언어를 단순히 문화적 내용을 표현하고 의사를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상교양의 수단으로,혁명과건설의 중요한 무기로 규정하고 주민들의 언어생활을 조절·통제해왔다.66년에는 김일성 교시에 따라 과거부터 우리나라 표준말로 되어있는 서울말 대신 평양말을 중심으로한‘평양 문화어’를 만들어 사용케 함으로써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를 더욱 심화시겼다.
더욱이 북한은 언어부문에서까지 통치수단과 개인우상화의 도구로 이용함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일상언어생활에서 호전성과 전투성이 난무하는 오류를야기시켰다.“박살내자”,“원수를 족치자” 등 북한주민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언어가 남한주민들게는 과격하거나 몰상식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이러한 언어예절 등 문화수준의 이질화는 통일 이후 심각한 후유증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한 만큼 남북 언어의 동질성 회복이 시급하다.남북한주민들의 인성과 감정에까지 이질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북한의 이같은 어문정책은 결국 민족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이질성을 심화시켜 통일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어문정책에서 고유한 우리 말과 글을 살리고 이를 생활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이다.외래어가난무하는 남한과는 대조적이며 본받아야 할 점이다.남한의 외래어 남발현상이 남북한 언어 이질화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국적(國籍)도 없는 기형어(畸形語)가 난무하면서 우리 언어문화의 순수성이 파괴되는 잘못은 하루빨리바로잡아져야 한다.오늘은 세종대왕의 한글반포 553돌이 되는 날,해마다 맞이하는 한글날을 기해서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하겠다.남북한언어의 이질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 뿐만 아니라 우리말과 글을 올바르게 살려 쓰기 위한 우리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장청수 논설위원
1999-10-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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