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은 국감현장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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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0-04 00:00
입력 1999-10-04 00:00
이렇게 생생한 민(民)의 정치가 구현되는 현장을 접하고 싶었던 기대는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 보여준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어긋나기 시작했다.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펼치는 현장을지켜볼 때였다.
미리 준비된,그러나 필경 보좌관이 작성하였을 질문지를 따분히 읽어가는의원,제도나 정책에 대한 근본적 이유 없이 일방적인 편협한 주장만을 되풀이하기,정확한 근거나 자료에 기초하지 않고 무턱대고 복지 및 보건 관련 단체에 대해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의원 자신의 출신으로 미루어보건데 너무도명확한 이익집단에 대한 편애,그리고 뚜렷한 대안 제시가 결여된 채 시간 때우기 식의 ‘질문을 위한 질문’ 등등.
그런 가운데서도 몇몇 의원들이 사회복지시설의 강제불임,아동학대,그리고병원 내 건강보조식품 판매행위 등에 대해 명쾌하고도 집요한 문제 제기와대안 제시를 했던 것이 돋보였다.나아가 밤 11시를 넘어 모두가 국감 종료를 고대할 즈음 사회보험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되었다가 실패한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를 대통령 산하기구로 재구성할 것을 만장일치로 건의하는 순간만큼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모니터요원이 평가한 의원 개개인의 점수가 공개되었고,이는 당연히 하위 3인과 낙제점으로 지목된 의원들의 노골적인 불만이 이어졌다.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합세하여 향후 국감일정 동안 더 이상 시민단체의 모니터 행위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신속한 결정 앞에서는 우리 국회에 성급히가졌던 희망과 기대가 얼마나 몽상적인 것이었던가를 자각하게 해주었다.
이태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
1999-10-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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