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남을 향하는 절정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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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9-20 00:00
입력 1999-09-20 00:00
저녁식사 삼아 술을 마시고 노래방으로 간다든지 2차 3차 주점을 전전한다든지 하는 여가문화에 넌더리가 난다고 떠들고 다닌 덕인지,모처럼 졸업생들과의 모임을 서울연극제가 한창인 대학로의 한 극장 앞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우리 학교의 강사로 출강한 바 있는 한 시인의 인도로 보게 된 연극이 이윤택 연출의 ‘바보각시’.

“뭔가 확실하게 보여주잖아” 연극 어땠느냐는 시인의 질문에 내 대답이 그랬다.전통 연희적인 요소와 서양 현대극의 요소가 어우러지고,숨가쁜 요설과 고즈넉한 움직임이 교차되는가운데 관객들은 눈을 깜빡거릴 시간도 없이 연극 속으로 빠져들어 한껏 긴장하고 폭소를 터뜨리고 다시 놀라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이튿날 저녁에는 집에서 가까운 아이스링크에서 공연중인 ‘볼쇼이 아이스쇼’를 보게 되었다.전통 아이스발레에 뿌리를 두면서 거기에 현대적 감각과개성적인 절정의 기량을 얹어 발레가 아닌 연극에 가까운 공연예술로 다시태어났다는 평가 그대로의 수준을 만끽한 시간이었다.서양 명작 여러 편을옴니버스식으로 재구성한 1부 ‘클래식이 좋아’에서의 부드럽고도 화려한연기,록큰롤과 엄정화 노래 등을 배경음악으로 펼쳐지는 2부 ‘댄스 페스티벌’에서의 고난도의 군무와 아크로바트를 향해 관객들의 박수는 끝없이 이어졌다.

집에서 돌아오면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비디오 테이프를 빌렸다.사랑을 위해,아들의 목숨을 위해 갖은 기지를 다 발휘하는 귀도의 연기는 고스란히 관객을 사로잡는 절정의 몸짓으로 느껴졌고 물론 졸 틈도 없었다.

과연,내 작품은 그처럼 독자를 향해 온몸으로 달려가고 있을까.나는 그 질문에 거듭 시달리면서,이웃들에게도 묻고 싶어졌다.당신은 지금,자신의 일이남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충분히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가.

[박덕규.소설가.협성대 문창과 교수]
1999-09-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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