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스님 시화집‘풍경’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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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9-02 00:00
입력 1999-09-02 00:00
‘동승(童僧)’시리즈 그림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원성(圓性)스님이 최근글과 그림집인 ‘풍경’이란 단행본을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아직 학승 신분인 원성의 천진무구하고도 해맑은 동심의 세계를 그림과 시로 잘 그려내고 있다.특히 입산기(入山記)를 통해 삶의 쳇바퀴 속에잃어버린 현대인의 옛 이야기를 주머니속에서 끄집어 내게 한다.

‘버렸으나 버린 것이 아니래요/떠났으나 떠난 것이 아니래요/하지만 나는버렸고 미련없이 왔다’(‘출가’중에서).‘고운 산 찾아/깊은 고요에 들어/심연의 나와 만난다/이리도 고요한 한낮/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날’(‘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날’중에서) 이들 시구에서는 원성이 어린시절 어머니 손에 이끌려 산사에 들어와 삭발하면서 흘린 눈물의 의미,그리고 수도과정에서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마치 한 편의 시화전을 보는 것처럼 와닿는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그리움’에서 시작해 ‘부처님의 깨달음’에 접근해 가는 원성의 속내를 잘 드러내고 있다.즉 사춘기에 출가해세속을 잊지 못하는 외로움과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산사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자연풍경 등을 알알이 담아 내고 있다.

스님이 직접 쓰고 그린 책이지만 구도(求道)와 선(禪)의 세계만 느껴지는것이 아니다.그보다는 눈맑고 천진한 아이의 어리광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하늘과 별과 달과 구름,그리고 바람 물소리가 책 속에서 소리없이 들려오곤한다.

이 책이 눈길을 특히 끄는 것은 따뜻하고 편안한 그림이다.수채화풍의 이들 작품은 마치 원화가 그대로 살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감상적이다.그림은 출판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엠 매트’라는 용지에 실려 있어 원화의질감이 그대로 살아 숨쉰다.

‘말의 뿌리는 침묵입니다/우레와 같은 침묵을 갖지 않고는/내면의 소리를들을 수 없습니다/커다란 침묵 속에서만이 마음이 열리고/은쟁반에 흰 눈을담은듯 고요하게/환히 들여비칠 것입니다’(‘우레와 같은 침묵’중에서) 원성은 깊은 산속의 샘물과 같은 순수가 느껴지는 이들 시와 그림을 스스로 얻어냈다.정규 미술교육을 받지않았는데도 이것이오히려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는 비결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담백하고 고결한 선의 세계를 한 동자승을 통해 우리들에게 들려준다는 의미에서 현대적 선화집이라 평가할 수 있다.도서출판 이레.값 8,000원.

정기홍기자 hong@
1999-09-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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