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청문회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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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8-26 00:00
입력 1999-08-26 00:00
여야간 힘겨루기 끝에 가까스로 마련된 ‘옷 로비’ 의혹사건 청문회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정치공세’나 ‘인신공격’의 장(場)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청문회가 열리게 된 과정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검찰수사 결과 고관대작 부인들이 낀 이번 사건에 ‘사정(司正)’의 총수였던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는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이를 놓칠세라 야당이 물고 늘어져 ‘청문회’가 성사된 것이다.그런만큼 연씨가 최순영(崔淳永)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옷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문회는 여기에 ‘포커스’를 맞춰 진실을 규명하고,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게 그 순서라고 본다.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처음부터 방향이 어긋나기 시작했다.야당이 청문회가 시작된 지난 23일부터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마치 대통령 부인도 관련된 것처럼 ‘몸통론’ 등을 제기하며 ‘정치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연씨 윗선의 ‘고리’를 캐기 위해 의제(議題) 밖의 질문을 의도적으로 던졌다.이 과정에서 일부 야당의원들은 증인들로부터 ‘물증’을 제시하라든지,“의원님이 발로 뛰어 알아보세요”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증인 및 참고인들도 청문회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정작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죄’를 해도 모자랄텐데 뻣뻣하게 자기 변명을 늘어놓는가 하면,헷갈리는 진술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짜증만 더하게 했다.
진실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느낌이다.“청문회가 변명만들어주는 곳이냐”“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는 등의항의성 전화가 각 언론사와 시민단체에 빗발치고 있다.
26일부터 시작되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 청문회도 같은 전철(前轍)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다./오풍연 정치팀기자poongynn@
1999-08-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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