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광복절과 일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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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8-11 00:00
입력 1999-08-11 00:00
당시 일본도 마찬가지였다.주일연합군총사령부(GHQ)는 같은해 일장기 게양을 금지했다.게양하려면 허가가 필요했다.패전국 깃발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일장기 아래 무섭게 뭉치는 일본인의 심성을 점령군으로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GHQ는 일장기 게양 허가제를 49년 철폐했다.기다렸다는 듯 일본 정부는 이듬해 “경축일 때 집이나 학교에서의 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은 바람직하다”는 담화를 냈다.
법률에는 없지만 사실상 국기(國旗),국가(國歌) 역할을 해온 일장기,기미가요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일본 정부는 끈질긴 시도를 해왔다.종전 후 54년이 흐른 지난 9일.
일장기와 기미가요는 정식의 국기,국가가 됐다.일본은 역사상 처음으로 법률이 뒷받침하는 국기,국가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본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이웃은 많지 않은 것 같다.축하는커녕 잊기어려운 과거가 떠오르고 뭔가 찜찜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표정들이다.그 찜찜함은 일본이 침략의 과거를 스스로 인정하고 청산하려고 노력했는가,이웃들이 일본을 진정으로 용서했는가 하는 지난 50여년간의 의문에다름 아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법안을 제출하면서 “21세기에 이 문제를 안고 가서는 안된다”며 법안의 통과를 호소했다.그러나 20세기에 남기고 가서는 안될 시급한 일이 일장기의 법제화인지 이웃나라는 물론 일본의 일부 지식층들조차 의아해했다.
일본은 20세기초 아시아 제국에 저지른 침략 과오를 진심으로 사죄해본 적이 있는가.한국과 중국이 사죄를 요구하면 애매한 표현으로 얼버무리지는 않았는가.반성을 할 만큼 했으니 오히려 이제 그만 괴롭히라고 짜증을 내지는않았던가.20세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그 대답을 듣고 싶다.54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시행될 일장기 법의 통과를 지켜보면서 일본은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황성기/국제팀 차장 marry01@
1999-08-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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