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가죽업체 재기 구슬땀
수정 1999-08-06 00:00
입력 1999-08-06 00:00
물에 젖어 고물이 되어버린 기계,수천t의 피혁원료와 생산품이 쓰레기 더미로 변해 공장 바닥에 나뒹굴고 있으나 정사장과 직원들은 의외로 담담하다.
오히려 직원 모두가 휴가를 반납하고 퇴근도 잊은 채 회사 앞마당에 천막을치고 사흘째 밤샘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물에 잠겼던 기계를 일일이 닦아내고 흙탕물에 뒤범벅이 된 제품원단을 추슬렀다.다행히 완제품 40여t을 무사히 건질 수 있어 당장 이달 납품에는 큰차질이 없다는 게 직원들의 귀띔이다.
“그래도 지난해 수해에 비하면 이만한 게 천만다행입니다” 이 회사 한상희 과장(41)은 “지난해는 공장이 완전히 물에 잠겨 피해액만도 21억원에 달했었다”며 “올해는 전 직원이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뛰쳐나와 2층으로 물건을 옮기는 바람에 손실액이 10억원 정도로 줄었다”고말했다.정상조업도 앞으로 1주일 정도 지나면 가능하단다.22년째 피혁원단을 생산하고 있는 ㈜송정은 지난 97년 고양에서 파주로 이사했다.꾸준한 신제품 개발에 힘입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공장을 이전 확장,매출액도 연간 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이듬해 8월.이사온 지 1년 남짓 만에 올해와 같은 물난리로 공장이삽시간에 물에 잠겼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한파에다 거래업체의 부도로수십억을 날려야했다.가동중단의 위기를 맞았다.
정사장과 직원들은 곧바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겨우 2억여원에 불과한 수해자금으로 전 직원들이 ‘밤에는 공장에서,낮에는 영업현장에서’ 손발이부르트도록 뛰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부터는 국내 전 제화회사에 납품이 이뤄졌다.올 3월 매출액은 93억원.경이적인 기록으로 오뚝이처럼 일어서는가 했던 회사에 또 한번의 수마가 닥친 것이다.
직원 43명은 그러나 누런 황톳물 속에서도 너나없이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우리는 이까짓 수해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잠시 허리를 폈던 그들의 기운찬 삽질 소리는 마치 기계가 돌아가는 것처럼 광장 안에 가득했다.
파주 박성수기자
1999-08-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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