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로비말썽 경기銀 퇴출의 희망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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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7-31 00:00
입력 1999-07-31 00:00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불만스런 표정이다.야권에서는 축소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권력층 주변의 간여를 서둘러 덮기 위한 미완(未完)의 수사라는지적이다.그러면서 미완의 무대 뒤엔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영작씨가 버티고있다고 주장한다.“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사법당국의 묵인하에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강변한다.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의 무책임한 부풀리기에 여론이 춤을 춘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야권의 비난에는 검찰을 ‘괘씸죄’로 몰고가려는 의지도 엿보인다.특검제협상이 한창인데 조폐창 파업유도 의혹을 독자 수사한데 대한 불만이다.어떤이들은 ‘검찰 기죽이기’의 일환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그럴듯한 소재가 생기면 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정치권의 속성이다.가뜩이나 총선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데 야당이 호재를 놓칠 리 없다.올들어서만도 고관집 도둑사건,고급 옷로비의혹,신동아그룹의 그림 로비의혹 등의혹시리즈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신창원이 잡히면서 신이 훔친 수억원의주인이 유명 정치인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정치권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사건이 터지면 의레 야권은 여권 인사의 연루설 등 각종 설을 부풀리고 생산해 냈다.여권은 에스컬레이트된 여론에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여론몰이에는 함정이 있다.부풀려진 사건의 진실은 대부분 바람빠진 풍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국민들의 가슴속엔 공허만 남는다.사람들은 “그래도 소문이 맞겠지.수사에 알맹이는 빠진 것 아니냐”고 수근댄다.사건의실제 핵심은 누구누구,몸통은 어떤 이라는 등등.
그러면서 국민들은 정치권을 반신반의하고 정치권도 당초 제기했던 의혹의근거를 내놓지 못한다.그만큼 신뢰만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기세높았던 공세는 부메랑이 돼 정치인들에게 되돌아온다.이는 결국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쌓아올리는 벽돌이 돼왔다.고관집 도둑사건 때도 그랬고 신동아의 그림의혹사건 때도 그랬다.도둑의 말은 진실이고 피해자인 장관의 말은 거짓인 양 퍼지는 냉소주의가 넘쳐났다.신창원이 거액을 훔친 곳이 강남의 한 예식장 업자의 집으로 드러났을 때 “정치인이 아니어서 서운하다”는 조소도 흘러나왔다.
어찌됐든 광역 단체장이 두명이나 연루되고 대통령의 친인척이 거명되는 경기은행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 정치불신은 한층 더 깊어진 것이 사실이다.여기다 국민의 정부하에서도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허탈감까지 더해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 한 부분이 있다.경기은행 간부들이 퇴출을 막기 위해 임창열 주혜란 부부를 비롯,가능한 모든 사람,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경기은행은 끝내 퇴출됐다는 점이다.이는 지난해 은행 구조조정이 공정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여기서 우리는 국민의 정부 개혁의 가능성,새 천년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않을까.
<김재성 정치팀장>
1999-07-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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