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둘러 끝낸 신창원수사
수정 1999-07-24 00:00
입력 1999-07-24 00:00
그러나 신이 저지른 범행 전모가 과연 모두 밝혀졌는지 의문스럽다.경찰수사가 신의 진술에만 의존한 데다 거액절도 사건의 경우 대부분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범행건수와 피해금액만 따져도 경찰수사는 미진해보인다.수사 착수 당시 경찰은 200여건의 범행에 피해금액이 5억4,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으나 밝혀진 범행건수는 그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피해금액도 나중 드러난 청담동 예식장 업주 인질강도사건(2억9,000만원)을 제외하면 추정액수의 절반 정도만 밝혀진 셈이다.신이 훔친 귀금속중 109점의피해자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다.
물론 경찰 추정이 잘못됐을 수도 있지만 세상을 시끄럽게 한 신의 범죄행각을 철저히 밝혀내지 않고 수사를 서둘러 종결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신속한 사건처리를 나무랄 수는 없다.그러나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사건이고 피해를 보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 떳떳하지 못한 돈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킨사건인 만큼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수사 축소나 은폐 혐의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신의 일기가 공개되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낯뜨거운 경찰비리와 무능이 속속 드러났던 만큼 시민들은 경찰이 ‘판도라의 상자’를 서둘러 닫는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수사를 하면 할수록 경찰의 잘못이 고구마 뿌리처럼 줄줄이 연결돼 나왔기 때문이다.범행의 실체 파악도 문제지만바로 경찰 내부의 문제를 한점 의혹없이 밝혀내지 않고서는 신창원 수사를마무리지어서는 안된다고 우리는 본다.땅에 떨어진 경찰의 위상을 회복하고경찰 조직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세로 썩은 부위를 잘라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문제점을 제기했다.아니 제기했다기보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 보여주었다.경찰과 교도소 등법 집행기관의 잘못된 모습을 바로잡는 노력과 함께 범죄자를 영웅시하는 신창원 신드롬이 왜 번지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제2,제3의 신창원이 계속 나타날 것이고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범죄피해를 보고도 신고하지 않는 사태가 계속될 것이다.
1999-07-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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