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창간95] 김대중 대통령 특별회견(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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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7-16 00:00
입력 1999-07-16 00:00
■재벌개혁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지금보다 더 강력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많습니다.향후 재벌개혁에 대한 복안을 말씀해 주시고,장차 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문제에 대한 구상이 있으면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차례 밝혀왔듯이 재벌개혁은 우리 경제의 건강한 회생을 위한 필수적조건입니다.올해 말까지 철저하게 완수할 것입니다.이는 국민이 요구하고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문제입니다.절대로 늦추거나 중도에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재벌과 합의한 5대 개혁 원칙 중 주력 업종으로의 사업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아직 미흡한데 이에 대해서는 재계·정부·금융기관이 합의한 약정을 토대로 구조조정이행실적을 철저히 점검하여 모두 실현하도록 할 것입니다.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문제에 대해서는 제2금융권이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경영지배구조 개선에 중점을 두어 사외이사제도를 확대하고 감사제도를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또한 대주주가 임의대로 자금을 운용하는 일이 없도록 경영전반에 걸친 감독을 강화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구조조정에 대한 재벌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대통령께서 직접 전면에 나서서 챙기지 않으면 안되는 측면도 있으나 고스란히 대통령의 부담으로 비쳐지기도 합니다.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기업구조조정의 새로운 구상이나 방향,그리고 21세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 방향과 같은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는데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재벌개혁문제 등 경제 현안을 직접 챙겨온 것은 외환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기 위해 일정 부분 대통령이 진두지휘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이제는 외환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 경제가 안정을되찾아 가고 있고,재벌개혁의 큰 틀과 방향도 세워진 만큼 여러 현안을 내각에서 책임지고 다뤄나가도록 할 생각입니다.내각에 ‘경제정책조정회의’를구성토록 한 것도 그 일환이라 하겠습니다.그리고 이제 앞으로 국가의 중·장기적인 정책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보다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이를 위해서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설치할 계획인데,여기에서 그런 문제들이 연구되고 제시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또다시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씀하십니다.얼마나 지나면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재도약의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또 완전한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충족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밝혀 주십시오.
우리 경제가 재도약을 시작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그러나 경제가 지금 회복국면이더라도 아직 안심해서는 안됩니다.잘못되면 더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따라서 지난해 시작된 금융·기업·노동·공공 부문의 4대 개혁을 철저하게 추진하고 완수해야 합니다.그래야만이 우리 경제의 구조와 체질이 튼튼해져서 다시는 위기를 맞지 않게 됩니다.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속에서 우리 경제가 발전해 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이처럼 4대 개혁이 올해 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000년도인 내년부터는 우리 경제가 연평균 5% 이상의 안정성장 궤도에 진입해서 재도약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국민연금제도는 개선되어야 할 제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정부가 모색하고 있는 개선책이 있으면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이와관련해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통합이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국민연금과 의료보험 통합문제를 기존 방식대로 할 것인지,아니면 수정할 것인지 밝혀 주십시오.
국민연금이 국민 스스로 장래에 대비하도록 하는 선진 복지제도임에도 불구하고,이를 확대 시행하는 과정에서 행정상의 미비로 국민에게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그동안 지적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국민의 입장에서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현재 여러 검토와 연구가 진행중이므로 멀지않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봅니다.의료보험 통합은 많은 국민이 자기의형편에 맞는 보험료를 내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노력의 일환입니다.통합 과정에서 예상되는 일부 문제점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하고,통합 이후에도 의료보험제도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육성이 대부분 단기 처방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와 향후 우리나라의산업구조가 어떤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은 일자리 창출 등 당면한 과제 해결뿐 아니라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국가발전 전략과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다만 정책시행 과정에서 정부가 개별 기업에 대한직접적인 지원에 역점을 둔 측면이 있고,그 결과 장기적인 육성기반 조성에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걸로 압니다.그에 따라 정부는앞으로 창업에서 성장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활동의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중소·벤처기업 지원시책을 펴나갈 방침입니다.이렇게 할 경우 21세기 우리 산업구조는 독창적인 기술과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벤처기업이 주축을 이루면서 경제성장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이끌어가는 형태로 변화해 나갈 것으로기대하고 있습니다.
1999-07-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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