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경찰 ‘자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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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7-14 00:00
입력 1999-07-14 00:00
경찰이 추진하는 이 제도는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막고 구속의적정성 여부와 적용 법조문 등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월 급여 50만원의 유급변호사를 전국 주요 경찰서에 두자는 것이다.
경찰이 지난달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피의자 신문단계서부터 변호인을 참여시키고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자문변호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이를 환영했었다.인권보호를 위한 경찰의 진일보한 자세로평가했기 때문이다.따라서 경찰의 ‘인권자문변호사’제도가 좌절을 겪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실망이 크다.게다가 경찰이 이 제도 도입에 필요한 예산배정을 받지 못한 배경도 개운치 않다.예산심의 과정에서 법무부 관계자가 “이 제도가 현행법에 위배되는 만큼 예산을 배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서를 기획예산처에 보낸 사실이 확인돼 경찰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관해 기획예산처는 예산배정을 받지 못한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 법무부의 의견서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 사건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검찰과 경찰 간의 또다른 갈등이 아닌지 의혹을 지니게 된다.검찰의 주장은 이렇다.사법경찰관은 수사 때 검사의 지휘를 받게 돼 있는데,형사소송에서 검사의 반대쪽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변호사에게 법률문제 등을 자문하는 것은현행법 위반이라는 것이다.또 사법경찰관은 수사 내용을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공표할 수 없으므로 변호사에게 수사 내용을 자문하는 것은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것과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고 반박한다.국민들이 보기에도 국민의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검찰이 이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경찰 자문변호사가 자신이 자문한 사건에 변호인으로 나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수사 내용을 외부에 누설할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경찰은 자체 예산을 쪼개서라도 이 제도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주요 경찰서에 월 50만원이 없어 이 제도가 무산된다면‘소도 웃을 일’ 아닌가.
장윤환 논설고문
1999-07-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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