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장관은 왜 단명한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9-06-30 00:00
입력 1999-06-30 00:00
환경부 장관에 발탁됐던 연극배우 손숙씨가 러시아 공연시 재벌들로부터 받은 격려금이 화근이 되어 끝내 장관직을 사임했다.그녀가 장관으로 발탁됐을 때 어떤 신문은 그녀를 신데렐라에 비유하여 ‘손데렐라’라고 칭송하기도했는데,그녀의 불운한 퇴장은 마치 화려한 조명 속에서 멋지게 춤추던 신데렐라가 그만 발을 헛디뎌 넘어진 꼴이 되어버렸다.공직사회라는 마루바닥을조심하지 않은 탓이다.

나는 같은 연극인으로서 손숙씨가 무대위에서 공개적으로 받은 격려금이란것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대개 재력이있는 사회 저명인사가 연극 등을 관람한 후 내놓는 격려금이란 것은 정중한초대에 대한 답례이자 후원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늘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연극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연극인들로서는 그러한 격려와 호의를 뿌리쳐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또 사실 많은 연극인들은 그만한 격려금을 받을만한 위치에 있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다만 손숙씨는 그녀의 신분이 단순한 연극인이 아니라막 임명된 장관이라는 사실,그것도 재벌들과는 일정하게 거리를 두어야 할 환경부장관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 뜻하지 않은 지탄과 함께 개인적으로 큰상처를 입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내가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장관들의 재임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이번처럼 돌발적인 사고에 의한 낙마는 예외로 하더라도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에서 2년을 넘지 못한다.수장(首長)으로서의 장관(長官)이라는 호칭에는 분명히 길장(長) 자가 들어 있는데,장관의 재임 수명은 이처럼 짧으니 명칭과 실제가 일치하질 않는다.장관의 임기가 이렇게 불안정하니 일관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부처 장악마저 쉬울리 없다.

왜 우리나라 장관은 단명할까?그것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제 하에서의 내각이 갖는 취약점이기도 하지만,장관 자리란 것이 실질적인 국무를 관장하는 수장으로서보다 잠깐 지나가는 출세의 자리로 취급되는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대통령은 처음부터 자신의 임기 동안 일관되게 함께 일할 장관을 선임해서국정을 추진해야 옳다고 본다.장관의 임기는 대통령과 똑같은 것이 바람직하다.그러자면 장관 임명 때부터 투명한 인사청문회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임진택 연극연출가 판소리꾼
1999-06-30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