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典 든 주부 늘어간다
수정 1999-06-28 00:00
입력 1999-06-28 00:00
최근 서울 신림동 고시원을 중심으로 30대 초·중반 주부들의 사시공부 열기가 뜨겁다.독서실마다 2∼3명의 주부 수험생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주부고시생은 주로 명문대 출신에 한정된 얘기기는 하지만 결혼과 함께 회사를퇴직했거나,다른 직장에서 일하다 뒤늦게 사시대열에 들어선 경우다.
김모(31)씨는 대학원을 마친 전업주부였으나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해 시간여유가 생기자 사시공부를 시작했다.“기혼자로 취직을 하기도 어려워 몇년간 사시공부를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박모(35)씨는 사시공부,은행원,결혼,퇴직을 거쳐 결혼생활이 안정되자 다시 법전을 손에 들었다.
주부들이 뒤늦게 사시공부에 입문하면서 가족과 함께 신림동 일대 재개발아파트로 이사오는 경우도 많다.고시원에 들어가 공부하기는 어려워 독서실과고시원에 가까운 신림동 아파트에 살면서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또 주부끼리 자주 만나 시험정보도 교환하고,육아에 대한 상담을 하기도 한다.이들은 주부 고시생들은 미혼자에 비해 단점도 많지만,장점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단점은 무엇보다 하루 종일 공부하면서 가족을 돌보아야 하는 것.따라서 남편과 시댁,친정식구들의 절대적인 성원 없이는 공부가 불가능하다.하지만 대부분 남편과 가족이 적극 후원하고 있다.오히려 미혼때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돼 있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또 객관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오히려 공부에 몰두케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박모(31)씨는 “미혼여성 수험생의 말을 들어보면 부모에 의존해가며 계속공부하기도 눈치가 보이고,혼기가 다가오는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면서 “주부들은 그런 강박관념이 없어 자기의지만 있으면 단기간에 공부를 몰아붙이기가 쉽다”고 말했다.이모(33)씨도 K대를 졸업하고 4년전 결혼한 남편과함께 사시준비를 하고 있다.이씨는 신림동 가까이에 살면서 신림동에서 남편과 함께 공부하는 ‘부부 고시생’이다.
그러나 6년째 시험준비중인 최모(32·여)씨는 주부 고시생의 길을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그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시대열에 들어서는 주부들을 보면 기분이 밝지만은 않다”면서 “공부하다 그만두어도언제든지 돌아갈 길이 있다는 마음으로 공부해서는 평생 수험생으로 남을 뿐”이라고 밝혔다.
서정아기자 seoa@
1999-06-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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