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림로비’ 의혹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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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6-23 00:00
입력 1999-06-23 00:00
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화백의 동양화 200여점을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옷 로비’의혹사건에이어 최씨 일가의 ‘그림 로비’의혹이 물의를 빚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 의혹과 관련,“철저히 조사해 조속히 진상을 밝히라”고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에게 지시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우리가 지적할 것은 지금까지 보여온 검찰과 경찰의 태도다.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검찰과 경찰이 몰랐을 턱이 없다.

그럼에도 검찰과 경찰은 손을 놓고 앉아 있다가 결국은 정치문제로 비화했고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의혹이 있으면 검찰과 경찰은 즉각 내사나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힘으로써 정치문제로 번지지 않게해야 한다.그것이 검찰이나 경찰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운보의 장남 김완(金完)씨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운보 그림 180∼190점을 최회장에게 40억원에 팔았고,다른 사람소유운보 그림 30∼40점을 20억원에 살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먼저 신동아그룹이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최회장이 왜 그처럼 많은 그림을 사들였는지 그 매입 목적을 밝혀내야 한다.

최회장은 장차 미술관 건립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하고,신동아그룹은 자산의투자적 운용이 목적이라고 주장한다.당시 김완씨가 빚에 몰려 작품을 싼값으로 내놓았고 운보의 건강이 나빠 앞으로 작품의 값이 뛸 것으로 내다보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검찰은 신동아쪽이 매입한 작품의 정확한 숫자를 밝혀내야 한다.신동아그룹은 모두 203점이라며 영수증까지 제시한다.그러나 관련 보도와는 적어도 7∼20점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검찰은 매입한 작품들의 정확한 숫자와 그 소재를 확인해야 한다.만일 작품의 숫자에 차이가 있고 현재 그 작품들이 어디에 가 있는지 소재가불분명하다면 항간의 의심대로 유력층에 대한 로비로 제공됐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권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정쟁거리로 삼지 말아야 한다.근거없는 공방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검찰의 수사결과와 관계없이,최회장은 국민의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천문학적 규모의 회사공금을 빼돌린 처지에 미술관 설립까지 꿈꾼 그 방자함 때문이다.
1999-06-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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