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되는 남북 차관급회담
수정 1999-06-04 00:00
입력 1999-06-04 00:00
북한은 오는 7월까지 곡물 생육기에 뿌릴 비료를 남한당국으로부터 지원받는 대신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이나 서신교환,또는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에 성의를 보인다는 것이다.북한이 그동안 체제와 연관된 정치문제로 부각시켜 거부해온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은 비료조달문제가 시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이번 베이징 남북 차관급회담 재개는 대북 포용정책의 가시적 성과라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내실있는 진전이 기대된다.그리고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냉전해체를 위한 포괄접근방안이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71년 남북대화 이후 계속 교착상태에 빠졌던 이산가족 문제가 공식적채널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해결되는 과정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반면 이번 합의과정에서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에 가시적 조치를 보장받지 않은 채 비료지원을 합의한 것은 당국간 대화재개를 위해 상호주의를 포기했다는 시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정부가 과거처럼 경직되지 않은 탄력적 상호주의를 협상원칙으로 적용한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성의있는 조치를 약속받는다면 지난해 비료회담 때처럼 협상결과를동시에 주고받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왜냐하면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인도적 문제는 통일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민족적 과제이기 때문이다.더욱이 이번 남북차관급회담의 성과는 하반기 고위급 정치회담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탄력적 협상력은 불가결하며 바람직한 대응요건이다.다만 정부가 이번 남북차관급 회담에서 간과해선 안될 것은 북한의 협상전술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생존의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남북대화를 북·미협상 구도에 종속시키려는 협상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과제는 북한의 성의있는 태도변화다.북한은 이번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민족적 의무와 양심으로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1999-06-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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