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밀레니엄 씻김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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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5-19 00:00
입력 1999-05-19 00:00
우리도 오는 12월31일 판문점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밀레니엄 비디오 씻김굿’을 대규모로 공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 BBC와 미국 PBS가공동주관하는 이 행사는 MBC-TV가 생중계하고 전세계 40여개국 방송사가 참가하는 24시간 밀레니엄 축하방송 ‘2000 투데이’의 한국편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하오 8시반부터 2001년을 넘기는 3시간반동안 판문점 자유의 집앞마당에서 열리는 밀레니엄 씻김굿은 수백대의 TV모니터를 연결한 메가트론(Megatron)과 레이저를 이용하여 ‘자연·인간존중’ ‘통일과 화합‘ ‘인류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담아 지난 천년의 한(恨)을 풀어내고 새천년의평화시대를 활짝여는 퍼포먼스로 펼쳐지게 된다. 그동안 숱한 기행과 모험적 예술로 화제를 모은 백남준씨는 전세계로부터 수많은 밀레니엄 프로젝트를받았으나 분단 조국에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 행사를 거침없이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첨단의 만남을 상징하기 위해 전통예술인 씻김굿과 전위예술인 비디오아트를 결합하는 최첨단 멀티미디오쇼는 냉전시대의 마지막현장인 판문점에서 인류평화를 새천년의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세계의 어떤 전야제보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주게 될것이다. 새천년을 여는 희망과 설레임속에서 이 상서로운 행사가 과거를 씻고 남북한 통일의 문을 여는아름다운 가교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세기논설위원
1999-05-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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