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잃어버린 스승과 이해찬 장관 퇴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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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5-17 00:00
입력 1999-05-17 00:00
그러나 그의 졸업과 동시에 나도 전근을 가는 바람에 우리는 헤어져야 했다.헤어진지 2년이 되었을 때,비로소 나는 ‘왕따’가 된 그가 아주 영원히 이승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왜 꽃봉오리같은 나이에 그는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과연 그를 ‘왕따’로 만든 조건은 무엇일까? 짐작컨대,그의 마음에선 닫힌 사회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 그 이유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닫힌 사회는 폐쇄적인 의식구조가 지배하는 공간이다.체험적으로 본 학교사회도 바로 그런 공간의 하나였다.어쩌면 속도감 있는 사회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학교 사회는 시대의 섬처럼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닫힌 사회에서 최근 학교장들 중심의 교사 22만명이 이해찬 교육부 장관의 퇴진운동을 벌였다.이유는 교사들을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니라그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정년 단축과 성과급제 실시 등이 비판의단골 메뉴였다.또한 ‘교육공황과 교단의 황폐화’의 원인이 이 장관에게 있다고 했다.즉 자신들을 ‘왕따’시키는 이 장관을 도리어 교육계에서 ‘왕따’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만약 그 의지가 참다운 교육개혁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고뇌에서 나온 것이라면,교사들은 이 장관의 교육정책 기반이야말로 과거 교사들 자신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이 장관이 ‘교단의 황폐화’를 빚어내고 교사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유일한 주범이라고 치더라도 적어도 그 1년여 동안 교육의 신성을 지키지 못한 도덕적 책임만은 교사들의몫일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의 퇴진을 주장하는 교사들의 의지가 자신을 권력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확고한 인식에서 출발하지 않는 한,그것은 그 반대의 경우로 오히려이 장관의 개혁정책을 설득하는데 일조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오늘 내 ‘잃어버린 스승’의 신성한 생명을 되찾아주지는 못할 것이다.
1999-05-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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