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亨根의원 제네바서‘국제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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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4-24 00:00
입력 1999-04-24 00:00
제네바 오일만특파원 제네바로 날아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현정부의 인권침해를 고발하겠다며 유엔 인권위에 참석했으나 정작 아무 발언도 하지 못했다.

대신 정의원은 인권위 회의장에서 낯뜨거운 ‘입씨름’을 벌이다가 다른 참가자의 눈총을 받았다.정의원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 대표방양균씨와의 설전 때문이다.20·21일 이틀간 회의장에서 마주친 이들은 각국의 인권단체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문기술자가 유엔인권위에 참석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방씨)”,“내가 고문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대라.당신을 고소하겠다(정의원)”며 언성을 높였다.과거 안기부 고위직을 지냈던 정의원은 현재도 서경원 전의원과 ‘고문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이에 앞서 인권운동사랑방,민변 등 국내 15개 시민단체들은 “고문기술자정형근의원의 회의 참가를 막아달라”는 서한을 각 NGO대표들에게 전달했다.

당연히 정의원을 바라보는 회의 참가자들의 눈길이 싸늘해졌다.이 때문인지정의원은 정작 한나라당이신범(李信範)의원의 연설이 있던 22일엔 아예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문제가 됐던 정의원의 인권위 참가자격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정의원은 자신이 관여하지도 않은 ‘국제교육개발(IED)’회원으로 참가했다.민변의 한 관계자는 “이신범의원이 미국 체류 당시 참여했던 이 기구에정의원의 이름을 올려 편법으로 유엔 출입증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정의원은 ‘사진찍기’만은 열심히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인권운동 사랑방(대표 서준식)의 한 관계자는 “21일 정의원이 회담장 안의 ‘유료사진사’를 동원해 자신이 직접 원고를 읽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전하고 “회의에 참가했다는 ‘증명사진’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신범의원의 연설도 본래의 취지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회의 목적대로 국가인권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함에도 총풍(銃風)과 고문논란,국회 529호실 문제 등 야당탄압 주장을 집중적으로 거론해 ‘정치선전장’으로 유엔인권위를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한나라당측의 정치공세에 대해 장만순(張萬淳) 주 제네바대표부대사는 연설을 통해 “한국정부는 금년내에 국민인권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며,인권위활동은 인권보장체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리 정부의 인권보호 노력을 각 대표단에 강조했다.

oilman@
1999-04-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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