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레겐스부르크…역사와 생활이 공존하는 관광古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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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4-01 00:00
입력 1999-04-01 00:00
┑레겐스부르크 任泰淳 특파원┑과거를 가장 손쉽게 엿볼 수 있는 것은 건축물이다.우리는 건축을 통해 수백년전의 과거와 대화를 나눈다.서울은 600년된 고도(古都)이다.그러나 서울에서 600년 역사의 자취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매연을 잔뜩 뒤집어쓴 남대문은 도로 한가운데의 섬이다.경복궁 덕수궁 등도 복원된 것이고 계동 한옥마을도 파괴된지 오래다.

독일 뮌헨 인근의 레겐스부르크시는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곳으로 인구 14만명의 중소 도시이다.이 도시 시민들은 잘 보존된 옛 건물 속에서 역사와 함께 살아간다.일요일이면 1,000년쯤 된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미사를 본다.아침 저녁으로 800년 전에 지어진 다리를 건너고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200∼300년전의 건물 사이에서 차를 마시고 담소를 즐긴다.

보존과 공존,그리고 관광.이 도시의 3대 운영방침이다.

시민들이 과거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철저한 보존정책 때문이다.

다뉴브강을 가로지르는 아치형의 석교는 이 도시의 상징물로 1,135년 공사에 들어가 11년만인 1,146년 완공됐다.강 폭이 100여m나 되는데다 물살이빠르게 흐르는 곳에 지어져 ‘기적의 건축물’로 불린다.

레겐스부르크시는 이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97년 시내버스,택시를 제외한 일반 차량의 통행을 금지시키기로 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다.시민들은 대중 교통수단의 통행을 허용하면서 유적을 보호하자는 시의 방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시민들은 나아가 오래된 건물이 많은 구 시가지의 일부도 자동차가 통행하지 못하게 했다.

오랜된 건물이 많아도 시민들 생활과 유리된다면 그 도시는 죽은 것과 같다.

이 때문에 레겐스부르크시는 시민들이 가능하면 옛 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시는 8년전 17세기에 소금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보수,1∼2층을 카페로 임대했다.썩은 서까래를 교체하는 등 내부 손질을 하면서 전기도 가설했다.원형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또 시민들이 오래된 가옥을 개보수할 때에는 시에서 자금을 융자해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지원도 해주고 있다.

시 문화·관광국 달마이어 루즈미카엘 부국장은 “시민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노후시설 보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시민들 스스로 오래된 집에서 사는 것을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존과 공존정책에 힘입어 레겐스부르크시는 짭짤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이 도시는 지난해 56만7,000여명의 투숙객을 기록했다.당일 둘러보고 간 사람까지 포함하면 관광객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999-04-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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