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위험한 여론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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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3-23 00:00
입력 1999-03-23 00:00
요즘 동강댐 건설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물론 환경단체와 일반 시민단체들의 상당수는 반대론을 제기한다.여론조사 결과,70%가 댐 건설에 반대하는데 굳이 댐 건설을 강행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그러나 여론조사의 허점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댐건설=환경파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수치가 큰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얼마전 국민연금 파동을 봐도 그렇다.金元吉 당시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은국민연금 확대 반대의사를 밝혔다.“국민연금 확대를 반대하는 쪽이 찬성하는 쪽보다 두 배나 많다”는게 이유였다.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조세부담 추가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상황에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였다.金전의장은 이조사를 근거로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연금 확대실시를 늦추는 쪽으로 당정간 의견이 최종정리됐다”고 언론에 흘렸다.하지만 이같은 언론플레이가 빌미가 돼 당직을 내놓아야 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묻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또 그런 식으로 가야 한다.민주국가에서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댐건설이나 국민연금 확대실시 등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정권교체 이후 요즘처럼 여론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환영할 일이기도 하다.

민주국가의 기본원리중 하나는 다수결원칙이다.하지만 모든 것을 다수결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다수의견을 맹신(盲信)만 해서도 안된다.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하지만 찬반의 결과만을 놓고 ‘기계적’으로 정책을 꼭 결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일을 하다 보면 군에 갈 젊은층도 없고 세금을 낼납세자도 없을 것이다.젊은층에게 ‘군에 가겠느냐’고 물어보면 반대하는의견이 우세할 게 뻔하다.‘세금을 내는 것을 찬성하느냐’는 물음에도 큰차이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례는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강조하다 보면 이러한 일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원리중의 하나가 다수결원칙이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다수의 횡포일수도 있다.기계적인 사고와 접근보다는 유연한 사고와 접근이 필요해 보이는시점인 것도 같다.

곽태헌 정치팀기자
1999-03-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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