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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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3-06 00:00
입력 1999-03-06 00:00
오늘날의 농협 부정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창설 당초부터 조직상의 부조리가 축적된 구조적 산물인 것이다.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창설 부조리를 핑계할 수는 없다.그러잖아도 집권 1년이 되었는데도 문제가 발생하면집권 이전의 문제였다고 말하는데 대해 국민은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농협은 일제때 농민들의 수탈기관이었던 금융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가.그것이 군사정권의 새마을운동 당시에 다소 다듬어지기는 했으나 중공업정책에 밀려 농민은 희생만 강요당했다.그리하여 인구의 도시집중이 급속도로 촉진되어 농촌은 ‘새마을노래’ 속에 메말라갔고 결국 문화가없는 농촌이 되고 말았다.
작금의 경제구조 개혁에 기대를 걸었는데 눈에 밟히는 문제를 수습하느라고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나 금융구조를 점검하면서 6,000억원이나 걸머질 농협의 부채와 부정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국가경영의 구조를 총체적으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총체적으로 점검했다면 농촌문제가 부각되게 마련이고 농촌문제가 부각되면 농협의 비리를 모를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협을 농민에게 돌리라고 말해 왔다.농민을 위한다는 말은 안해도 좋으니 농민에 의한 농협이 되도록 하자.그렇지 않으면농민을 위한다고 해도 자기들의 이익을 챙긴 나머지로 자선을 베푸는 정도이상이 될 수 없고,농촌을 발전시킬 지혜를 창출할 수가 없고,농민은 비농민에게 종속되고 만다.그렇게 되면 농촌의 발전은 요원하고 비리를 근절할 수가 없다.
농협 직원은 농민 경력 5년 이상인 사람이나 농업학교와 농과대학 출신자로 한정해야 한다.농업학교가 없는 마을에는 복식학교로 해결하라.당장에 교체하라는 말이 아니라 신규채용부터 실시하라는 말이다.그래서 농협이 농민의것이 되면 농민은 희망에 부풀게 된다.그때 농민이 만든 진정한 새마을노래가 나오게 될 것이다.농촌 총각의 혼인길도 열릴 것이고 농업학교도 활기를찾게 될 것이다.나아가 농협과 농업학교와 농업연구소와 농촌의 공동체적 연대가 형성됨으로써 신용사업의 수준도 향상될 것이고 경제사업도 창의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농협을 농민에게 맡기라고 하면 농민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전문지식이없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한다.그래서 법대와 경상대 출신자가 농협을 운영한다는 것이다.혹은 농협을 농민에게 맡기는 것은 사회주의방식이라고도 말한다.
필자는 70년대에 농협을 농민에게 돌리라고 하다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그러나 시혜적 운영을 고집하면서 사회주의적 방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케케묵은 초기 자본주의적 언동에 불과하다.농협을 농민에게 맡긴다면 농민이 관심을 가지고 잠재능력을 함양할 것이고 농업학교에서는 농업경영학과 더불어 농협운영에 대한 학습과 훈련을 강화할 것이다.그리고 당장에는 연수 과정을 통하여 자질을 함양하면 된다.그래도 염려되는 바가 없지 않으므로 일시에 교체할 것이 아니라 신규채용자부터 실시하라는 것이다.그리하여 농민의 농협을 만들고 농민의 농촌을 만들자.
다음에 농촌 마을마다 목욕탕과 도서관을 설치하라.거기에는 수지 타산을계산해서 안된다.목욕탕과 도서관은 문화농촌 건설의 출발점이고 문화농촌을 건설하면 수지 타산 이상의 국가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오늘날 도시가 문화적으로 황폐해가는 가운데 문화국가 건설의 기반을 농촌문화를 통해서 달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그래야 대중문화의 현주소도 건전해질 수 있다.결국에는 인구분산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말미암은 천민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방도도 나올 수 있다.그리하여품위 있고 아름다운 농촌을 건설하자.그것이 대기업 이상으로 국가경쟁력을높여줄 것이다./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
1999-03-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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