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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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2-22 00:00
입력 1999-02-22 00:00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한국인 비판’이라는 책 속의 한국은 무질서의 나라다.공중도덕과 질서의식은 사라지고 부정과 비리만 판치는 무법천지다.

한국인을 혹독하게 비판한 이 책은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 오사카 라센 관공업 고문의 작품이다.이 책이 몇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1월2일 나온 이후 50여일 만에 18만부나 팔렸다고 출판사는 밝혔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 책을 찾는 것은 그의 비판에 큰 관심이 있음을 나타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많이 읽고 우리의 잘못된 점을 고치는 계기가 된다면좋은 일이다.그의 정당한 비판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케하라씨의 한국비판은 적지않은 문제가 있다.그의 비판은 객관성이 부족하고 지나친 과장이 많다.일부의 잘못을 모두가 그런 것처럼 일반화하기도 한다.그는 한국인들은 약속을 안 지킨다며 이렇게 쓰고 있다.“한국의 텔레비전 역시 예고된 시간에 정확하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9시 뉴스말고는 하나도 없다”.모든 한국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처럼 말한다.

그는 또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한 젊은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당연히 자기 자리라는 듯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노인들이 압도적으로많다”고 쓰고 있다.한국노인을 비하하고 우리의 좋은 점인 경로사상까지도왜곡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한국 침략도 ‘정당화’한다.“일본이 한국을 침략했을 무렵은 전세계적으로 힘있는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를 정복하는 제국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었다”.일본 보수·우익의 전형적인 침략 정당화 논리중의 하나이다.그의 말에 침략에 대한 진솔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일본적 오만만이있을 뿐이다.

이케하라씨의 오만과 과장된 비판은 많은 한국인들을 화나게 한다.그러나우리는 외국인의 눈에 비리와 무질서로 보이는 사회에 너무 익숙한 것은 아닐까.그의 눈에 ‘추한 한국인’으로 보이는 현실이 부끄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닌가.다시는 이런 책이 나올 수 없도록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李昌淳
1999-02-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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