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 땅이 더 굳는다고 했다.이 말은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최광희(25)를두고 한 말처럼 들린다.한일합섬의 해체로 1년여 실직의 아픔을 겪은 최광희는 마치 한을 풀 듯 99배구슈퍼리그를 통해 기량을 유감 없이 뽐내고 있다.‘만년꼴찌’ 담배인삼공사가 사상 첫 3강에 오르는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공격종합 2위(성공타수 221개) 오픈공격 1위(72개) 이동공격 2위(32개) C속공 3위(88개).이번 시즌을 통해 거둔 최광희의 성적표다.그는 또 후위로 나가 있을 때는 공격리시브(2위·34개)와 서브리시브(1위·189개) 등 수비를전담하다시피 해 공격수로서는 드물게 수비력도 뛰어나다. 그는 장외에서는 팀내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그래서 김형실감독의 사랑을 뜸뿍 받고 있다.김감독은 “최광희는 시즌 내내 주포로 뛰느라 왼쪽 무릎과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으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고 후배들을독려했다”면서 2차대회가 끝난 뒤부터는 몸상태를 고려해 리시브 연습만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광희의 활약과 성실성은 시련을 딛고 일어섰기에 더욱 값져 보인다.최광희는 97년말 소속팀이었던 한일합섬이 전격해체되면서 깊은 좌절에 빠졌었다.그러나 그는 수원에 있는 모 여고 체육관을 찾아 여고 선수들과 땀을 흘리는가 하면 비치 발리볼 선수로 뛰면서 스스로 몸만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기회가 왔을 때를 위해 꾸준한 준비를 해온 것이 오늘의 최광희를 있게했다.최광희는 그러나 “주역이 되기보다는 하나의 밀알이 된다는 정신으로매 경기에 임한다”며 겸손을 잃지 않는다.
1999-02-09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