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이 붕괴하고 난 뒤 미 정보기관들은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쓰러진 적국을 들여다보니 이전에 작성해뒀던 소련의 경제·군사적 평가가실제보다 과장돼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회를 비롯한 여러 민간단체들은 당시 실제보다 부풀려졌던 정보가 과연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의 실수인가,아니면 의도적인가를놓고 심한 추궁을 했다. 의도적이라는 주장은 미국내 방위산업체 공장을 계속 가동시키기 위한 정경유착이라는 배경을 지적하고 있었다. 2일과 3일 CIA와 국방정보국,국무부가 차례로 북한 미사일이 미 영토 안전에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주민은 못 먹어 쓰러져도 미사일은 개발하고 있구나’하는 평가와 ‘현실적으로 과연 미국에 미사일을 쏠 만큼 실제적 위협이 되고 있는가’하는 궁금증이 교차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거나 북한으로부터 위협이 없다는 주장은 절대 아니다. 북한 미사일의 위협은 지난해 8월 미사일 실험발사 이후 큰 논란이됐으며사정거리 연장으로 미국 영토도 사정거리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위협이 올해 미국 국방예산이 15년만에 증액된 배경으로 작용했으며 ‘전역미사일 방어망’의 추진에 도움(?)을 준 것도 부인하기는 힘들다. 지금은 한국정부가 북한포용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북한의 고립과 식량부족사태의 심화가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하에 북한에 대해 관용과인내를 아끼지 않고 있는 때이다. 만에 하나 미 행정부가 내부 사정 때문에 북한 정보를 왜곡해 이용하고 이로 인해 우리의 대북정책에 차질이 초래된다면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99-02-0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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