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1일 李宗基변호사의 수임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하지만 관련자들의 소환시기는 확정짓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는 상황을 고려해 ‘비(秘)장부’를 정밀분석,빈틈없는 수사계획을 세운 뒤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조기 소환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李源性 대검 차장의 지휘 아래대검 감찰부와 대전지검 전담수사반이 투입됐다. 전·현직 검사와 5급 이상 일반직을 수사하는 대검은 ‘서면조사 후 선별소환’으로 가닥을 잡았다.조사대상자가 45명이나 되며 각자 나름대로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현직 판·검사들의 경우 ‘비장부’에 금액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아 우선 경위부터 파악한 뒤 소환 등의 수순을 밟기로 했다. 대전지검의 수사는 대검쪽과는 다르다.‘비장부’에 검찰·법원직원 등의이름은 물론 소개료까지 자세히 적혀 있기 때문이다.‘비장부’ 분석만 끝나면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李변호사와 金賢 전 사무장이 사건소개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적이없다고 주장,‘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李변호사를 사법처리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사건청탁을 명목으로 판·검사 및 관련 공무원들에게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 뇌물공여죄,탈세가 밝혀지면 조세포탈죄 등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의정부의 李順浩변호사 수임 비리사건때 무죄판결이 났듯이 변호사법 위반죄의 적용은 무리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 사건의 초점인 전·현직 판·검사들의 사법처리 여부다.판·검사들은 설령 금품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형사처벌할 수 없다.따라서 현직 판·검사는 징계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전직 판·검사의 처벌은 더욱 힘들다. 반면 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액수가 적시된 검찰·법원직원·경찰관·교도관등 58명에 대한 사법처리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때문에 법조계에선 벌써부터 의정부사건 때처럼 검찰·법원의 일반 직원들만사법처리하는 알맹이 없는 수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朴弘基 hkpark@
1999-01-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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