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성희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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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1-11 00:00
입력 1999-01-11 00:00
젊은 여기자들이 성희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이 자리에서 정부부처에 출입하는 한 여기자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장관 옆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했다.물론 장관이 여기자를 상대로 성희롱을 한 것은 아니다.그러나 많은 남자 선배들을 제치고 자신을 그 자리에 앉히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관행에 그 여기자는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성희롱의 개념과 제재조치를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과 남녀차별금지법이 지난 6일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각 직장에 성희롱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인사팀에 성희롱 예방담당 직원을 두거나 대책반을 만들기도 하고 여성학자를 초청해 과장급 이상 관리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성희롱과 관련해 사규를 개정하고 이를 사내 전산망을 통해홍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직장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때 사전 예방교육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거나 가해자에게 징계를 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30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부처도 대책마련에 나섰다.노동부는 미국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로 성희롱 예방을 위한 지침서를 작성해 1월 말 남녀고용평등법의 공포와 함께 발간할 예정이다.교육부도 남녀차별금지법이 오는 7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일선학교에서의 남녀차별,성희롱 금지에 관한 예시집을 작성해 2학기가 시작되기전에 일선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남성들은 “여직원 근처에는 얼씬도 않는게 상책이다.무서워서 말도 못붙이겠다”거나 “여직원과 더욱 가까워져서 성희롱으로 고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농담을 주고 받는다.미국이나 일본처럼성희롱 보험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듯싶다.미국의 경우 지난 97년 한햇동안 직장내 성희롱 소송사건으로 인한 기업들의 배상액이 5,000만달러나 됐고 보험회사는 성희롱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여성계는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법이 국회통과 과정에서 처벌규정이 크게 완화되는등 실효성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그러나 법의 궁극적 목적이 처벌보다 예방에 있는 만큼 두 법이 여성차별과 성희롱 예방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문제는 장관 옆에 앉혀진 여기자의 불편함을 장관은 물론 동료 남자기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듯이 성희롱에 대한 남녀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여성차별이나 성희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하는 남성들에게 두 법이 여성을 존중하고 가부장적 문화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면 법 제정의 일차적효과는 이루어진 셈이다.
1999-01-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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