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하는 국회(사설)
수정 1998-12-28 00:00
입력 1998-12-28 00:00
국회 각 상임위가 이익단체나 행정부처의 대리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총대’를 메면서 유사법안을 경쟁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다.또 정기국회 폐회 다음날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쟁점법안들에 대한 진지한 심의를 통해 돌파구를 찾기보다는 시간만 보내고 있다.또 멀쩡한 국회 ‘돔지붕’을 뜯어고치겠다고 하지 않나,의원들의 출결석이 하도 무상해 개별의원들의 ‘본회의출석표’까지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황금알을 낳는’ 마사회 관할을 두고 행정자치위원회가 현재의 문화관광부 산하에서 농림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문화관광위에서는 현행대로 두자는 경마법안을 의원입법으로 상정,법안심사소위에 넘겼다.장애인촉진공단과 2,000억원의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관할권을 둘러싸고 보건복지위와 환경노동위가 각각 비슷한 내용의 장애인직업재활지원법안과 장애인고용촉진법안을 경쟁적으로 통과시켰다.공인회계사 등 각종 사업자단체의 복수설립을 허용하는 규제혁파의 관련법개정안도 관련단체 출신의원들의 로비로 잠자고 있다.상임위의 이기주의에 입법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교육개혁의 핵심법안인 교원정년 조정,교원노조 합법화 문제는 진작부터 쟁점이 드러나 있었으나 아직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교원노조 설립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으로 이의 처리가 지연될 경우 노동계 반발로 사회적 혼란까지 우려되고 있다.교원정년문제도 현행 65세에서 당초 60세로의 단축안에서 국민회의측이 62세까지로 수정한 상황인 만큼 여야간에 충분히 절충의 여지가 있는데도 차일피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국회사무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돔지붕을 헐어내고 기와지붕을 올리겠다면서 내년 예산에 우선 기본설계비로 1억3,000만원을 계상했다고 한다.돔 주변의 철골에 습기가 차는 등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보수만 하면 될 것이지 이 경제난국에 수십억원을 들여 몇년 연차계획으로 대공사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국회가 올해 법안을 실질적으로 처리한 것은 209건에 불과해 법안 1건을 처리하는데 5억원의 비용이 들었고 의원들은 회의 한번 참석하고 66만원을 받은 셈이라고 한다.국회는 더이상 국민들로부터 “할 일 제대로 하지 않고 놀고 먹는다”고 손가락질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1998-12-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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