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분규 ‘사이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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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2-24 00:00
입력 1998-12-24 00:00
‘전산 정보를 확보하라’
조계종 사태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전쟁’이 있었다. 총무원이 구축한 조계종 전산정보를 장악하기 위해 정화개혁회의측과 총무원측의 치열한 작전이 펼쳐진 것이다. 첩보영화에서나 봄직한 일종의 ‘사이버 전쟁’인 셈이다.
총무원은 지난 96년부터 조계종 종무기관의 모든 자료에 대한 전산화 작업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조계종 승려들의 승적과 교육기록,종단의 회계자료 및 재산내역,문화재 자료 등이 담겨있다. 총무원 청사를 점거한 개혁회의측이 이 자료들을 확보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총무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개혁회의측은 40여일간 청사를 점거하면서 이 정보를 캐내려고 했다.
총무원 전산계장 薛東哲씨(31)는 “개혁회의측이 지난달 말 M스님을 통해 미국의 한 전산전문가를 초빙,전산망에 침투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총무원 청사 2층 전산실에서 네트워크의 암호를 푼 뒤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이 때조계사 밖에서 업무를 하고 있던 총무원 전산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외부에서 급히 네트워크에 접속,암호를 어렵게 바꿔 놓는 등 방어전을 펼쳤다. 이 전산전문가는 암호가 바뀌자 당황한 나머지 2∼3일 뒤 薛씨에게 전화를 걸어 바뀐 암호를 묻기도 했다. 이 전문가는 암호를 풀려다 실패하고 얼마전 미국으로 되돌아 갔다.
薛씨는 “데이터베이스 암호를 바꾼 뒤 개혁회의측으로부터 수차례 협박전화를 받았다”면서 “총무원 청사는 점거 당했지만 전산자료를 지켜내 ‘실질적인 총무원’을 운영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李志運 jj@daehanmaeil.com>
1998-12-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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