裵洵勳 정통부장관 사표수리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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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2-19 00:00
입력 1998-12-19 00:00
◎정부 빅딜방침 배치 발언 ‘불씨’/“국정개혁 철저히” 내각에 경고 의미도

金大中 대통령이 18일 裵洵勳 정보통신부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책임행정’의 발로로 볼 수 있다. 裵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지체없이 수리한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출범초 한때 삐걱거렸던 내각이 이제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裵장관의 의견개진이 내각의 불협화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취임이후 金대통령이 총력을 쏟아온,나아가 국민과 세계가 국정개혁의 ‘바로미터’로 여겨온 5대그룹의 빅딜에 대해 裵장관이 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표수리 형식이나 내용은 경질의 성격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이 “제출된 사표는 수리될 것”이라고 발표한 데서도 감지된다. ‘한번 맡기면 믿고 쓰는’,그리고 신중을 기하는 金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한 고위당국자도 “裵장관의 사표수리는 내각에 대한 ‘경고의미’도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裵장관의 후임으로는 옛 체신부 차관 출신인 申允植 하나로통신 사장과 金孝錫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총리에 전화로 사의 표명

●裵장관은 이날 오후 전화로 金鍾泌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업무를 정리하고 정보통신부 기자단과 서울 종로구 청진동 모 음식점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식사 도중 ‘정보통신부 장관 전격경질’ 소식이 저녁 TV뉴스에 보도됐다고 전하자 裵장관은 “빠르네”라면서 “지난 16일 전경련서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5대그룹 빅딜에 대해 사견을 개진한 것이 언론에 강력 반대한 것으로 보도된 이후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裵장관은 곧바로 전화를 받는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났다.

裵장관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외자유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7개월째 표류하고,자신의 사견이 부정적으로 과장돼 보도되는 것 등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해 왔다.



○‘텃세’ 심한 관료들과 불화

●청와대관계자는 裵장관의 사표수리 배경에 대해 “빅딜관련 발언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 있었으나 불충분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정통부 주변에서는 그가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텃세가 심한 관료사회에 자신의 능력을 접목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 조기하차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裵장관이 취임이후 재계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관료사회에 접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러나 변화를 거부하는 관료사회의 두터운 벽에 부딪치자 상심해왔다”고 말했다.<梁承賢 咸惠里 lotus@daehanmaeil.com>
1998-12-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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