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법의 중심과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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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2-12 00:00
입력 1998-12-12 00:00
세계인권선언 50돌이 되는 12월10일에 맞춰 제정하려던 인권법이 이 법의 핵심사항인 인권위원회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아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국민회의와 시민단체들은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설치하자고 주장하는 데 반해,법무부와 자민련은 인권위를 특수법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9일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인권법은 유엔 권고결의안에 충실히 따르면서 인권국가의 이미지를 손상하지 않도록 인권보장이 철저하게 이뤄지는 방향으로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인권위를 국가기관으로 설치해야 하는지 특수법인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정설이 없다.각국의 형편에 따라 다르고 그 운영 결과도 각기 다르다.인권위를 국가기관으로 설치했지만 그 기능이 유명무실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특수법인으로 설치했음에도 국민의 인권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나라도 있다.따라서 국민의 인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권위가 독립적인 국가기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나,인권기구를국가기구로 만들 경우 자유로운 입장에서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기 어려워 독립성을 유지하기가 오히려 힘들다는 주장은 각각 그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다.

법무부는 인권위에 대한 법무부의 통제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서 통제를 배제하는 쪽으로 시안(試案)을 수정했다.정부가 인권위 이사회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사회제도를 폐지하고,인권위가 순수한 민간법인이 아닌 공공적 성격의 특수법인임을 고려해서 주무관청의 감독규정을 배제하고,인권위 정관변경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인가권을 폐지한 것등이 그것이다.국민회의도 인권위에 대한 법무장관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면 민간특수법인 형식을 채택한다해도 국가기구에 버금가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인권위의 법적 지위가 ‘민간특수법인’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권법의 중심과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를 느낀다.과거 역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투쟁 혹은 인권투쟁은 집권여당과 법무부를 상대로 한 힘겨운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는 그 어떤 정권보다 인권보호에 관심이 크다.그러므로 집권 여당과 법무부는 인권보호에 관한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인권위의 법적 지위를 검토하는 데 있어 부처 이기주의나 민심 영합의 차원을 떠나 어떤 방안이 국민의 인권을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그것이 ‘인간특수법인’쪽인 것으로 인식한다.
1998-12-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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