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풍 재판’ 조용히 지켜보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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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2-02 00:00
입력 1998-12-02 00:00
‘판문점 총격공작사건’으로 구속기소된 韓成基 피고인이 지난해 12월 북한쪽 인사를 만나러 베이징에 가기 직전과 갔다온 직후 이 사건 관련사항을 李會昌 후보측에게 서면으로 보고한 사실이 지난 30일 재판정에서 밝혀져,‘총풍사건’이 또다시 정국을 흔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검찰은 李會昌 총재와 동생 會晟씨의 관련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고 있고,한나라당은 韓씨의 증언을 전혀 근거없는 사실무근의 낭설로 규정하고 “검찰이 날조된 사실로 또다시 李총재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는 법정처리 시한이 임박한 예산안과 경제청문회를 놓고 여야간에 첨예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그런 판국에 뜻밖의 뇌관 하나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韓씨의 증언이 한나라당에 주었을 충격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한나라당은 李총재에 대한 검찰의 조사방침에 항의해서 어제 있을 예정이던 총무회담을 거부했다.사태가 자칫 잘못 굴러가면 예산안이나 경제청문회가 여권 단독으로 처리될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그래서 우리는‘총풍재판’과 국정현안을 한데 뒤섞지 말것을 정치권에 당부한다.‘판문점 총격유도사건’은 집권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내통’도 서슴지 않는 반국가적 범죄행위다.북한이 韓씨등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기 망정이지,만에 하나 그들의 요청을 들어주어 대선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불측(不測)의 사태가 벌어졌으면 어떻게 했겠는가.게다가 남한의 대통령선거판이 오죽 저질이면 그따위 조무래기들이 감히 그런 엄청난 일을 꾸몄겠는가.그러므로 ‘총풍재판’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서 책임을 묻는 사법적절차다.따라서 정치적 시각이나 판단이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韓씨의 증언’에 대해 국민회의는 “재판결과를 예의 주시하겠다”는 태도이며 자민련은 李총재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李총재가 韓씨로부터 총격요청 사실을 직접 보고받았는지 여부도 당장은 명확치 않다.앞으로 조사결과에 따라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검찰은 李총재에 대한 조사에 있어 야당 총재의 명예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임했으면 한다.그런 방식이라면 李총재도 조사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그 스스로가 법의 정의 구현에 평생을 바쳐온 법조인이기 때문이다.한가지 덧붙일 것은 언론도 이 사건 보도에 있어 앞으로는 주관적인 해석을 달지말고 진전되는 상황만 객관적으로 보도했으면 한다.국민들이 아무런 편견없이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치권은 이제 ‘총풍’은 법원에 맡겨두고 국정현안에 전념하기 바란다.
1998-12-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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