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배워야 하는 세상/김세중 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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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1-05 00:00
입력 1998-11-05 00:00
예로부터 노인과 연장자를 공경한 것은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라기보다 나이가 많을수록 으레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서 하나라도 배울 것이 많아서였지 않나 싶다.그런데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나이와 지식의 상관 관계는 허물어져 가는듯이 보인다.

연일 새로운 문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요즘 사람들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문맹은 거의 없는 세상이지만 대신 컴맹이라는 게 생겨났다.문맹과 달리 컴맹은 좀 복잡하다.문맹은 글을 읽을 줄 아느냐 모르느냐로 쉽게 가려지지만 컴맹은 다르다.컴퓨터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컴맹인데 컴퓨터라는 게 고정된 게 아니고 쉬지 않고 끊임없이 변모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컴퓨터를 배운다면 도스의 명령어를 익혀야 하는 줄 알았다.그러나 지금은 윈도95나 윈도98을 쓸 줄 알아야 한다.10년 전의 소프트웨어와 지금의 소프트웨어도 기능과 사용법이 판이하다.컴퓨터 성능이 좋아지면서 일테면 문서 편집 소프트웨어가 가진 갖가지 기능을 죄다 활용하고 있는 사람도 흔치 않다.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기가 두렵고 귀찮아 이미 익숙해져 있는 소프트웨어만 쓰기를 고집했다가는 컴맹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세상은 변해서 나이가 많다고 연하자들보다 지식이 많은 시대가 아니게 되었다.부지런히 새로 나오는 문물에 관심을 보이고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공경을 받기는커녕 젊은이들과 대화 상대도 되기 어려운 세상이다.새로운 것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연장자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될 수야 없겠지만 나이만으로 공경을 받으려는 태도도 오늘날에 어울리는 태도는 아닐 것이다.학교 졸업이 전부가 아닌,평생 배우고 익혀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1998-11-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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