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김세중 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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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0-13 00:00
입력 1998-10-13 00:00
대구 부근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경기도까지 오면서 정체로 심각하게 시달렸던 구간은 거의 없었다. 계속 창 밖의 경치는 바뀌었으며 비록 구불구불한 길이긴 해도 차는 끊임없이 서울 쪽으로 달렸다. 특히 진천 부근과 안성을 잇는 지방도는 오가는 차가 이따금 보일 뿐 정적이 감도는 참으로 고요한 길이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고속도로를 이용했을 때보다 시간이 절약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꽉 막힌 정체 속에서 도대체 언제 이 정체가 풀리고 집까지는 몇 시간이 걸릴지 짐작할 수 없는 답답함은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명절 때만 되면 고속도로나 국도는 정체가 극심하고 차에 탄 사람들은 짜증에 시달린다. 그런데 근처의 지방 도로나 군도는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도로가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길로만 가려 할 뿐 새로운 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적은 탓이 가장 크겠다. 지도를 늘 찾아보는 습관도 별로 없다. 표지판과 이정표가 아직도 충분치 않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갈림길에서 표지가 없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꾸만 큰 길을 이용하는 이유는 이처럼 복합적이다.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 가지 않으면 명절 때 벌어지는 도로상의 북새통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1998-10-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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