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자의 나눔과 봉사정신/李春鎬(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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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0-07 00:00
입력 1998-10-07 00:00
하얀 운동화에 낡은 청바지,그리고 환한 미소 속에 아이들의 손을 정성스레 잡아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교장선생님의 따스한 모습을 보는 순간,아,이것이구나!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지금도 그때 그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지성인의 아름다움으로 내 가슴에 잔잔히 남아 있다.
아들은 2시간을 달려가서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손에 물집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한다. 아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각자 흩어져서 자신들의 돈으로 햄버거를 사먹는 것을 보고 ‘세상에 이럴 수가 있어? 이 추운 겨울 땀으로 목욕을 할 정도로 일을 했는데 점심을 주지 않다니…’ 가져간 돈은 없고 배는 고파 신경질이 났다”고 말했다. 그때 교장선생님께서 5달러를 주셔서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는 아들은 용돈에서 5달러를 갚겠다며 싱긋 웃었다.
○지도층이 솔선수범
나는 그때 아들의 아름다운 표정에서 자원봉사의 의미를 완전히 깨달았음을 감지했다. 아마도 그날 이후 아들은 공짜에 대한 혼미한 생각을 깨끗이 정리했으리라 믿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인의 자원봉사 교육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자신의 것을 희생하고 봉사하는 체험 속에서 인생을 성장시키며 완성해 가는 과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아들은 또 집없는 사람들을 위한 저녁돕기 봉사활동을 한 후 ‘그들에게 기쁨을 준다면 밝은 사회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풍요로운 사회에도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나도 커서 오늘 자원봉사를 같이한 훌륭한 사람들과 같이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 보고서를 보면서 교육은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경험과 실천이 더욱 더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미국이 강력한 힘을 도출해 내는 것은 이와 같이 철저한 자원봉사교육과 성인이 되어서도 자원봉사로 이웃 사랑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지도층의 솔선수범이라 생각된다. 그 좋은 예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다.
○老교장의 땀과 봉사
미국인의 54.2%가 자원봉사자로 자기 헌신을 실천하고 있는 반면,한국인은 겨우 0.02%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통계숫자를 보면서 가진 자와 배운 자가 뼈아픈 희생의 몫을 자처하지 않는 한 IMF를 극복하고 성숙한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일은 요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연말엔 한국의 실업률이 10%에 달할 것이라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보고서를 보면서도 ‘지금 이대로’를 외치며 아직도 건배한다는 가진 자의 오만은 우리를 분노케 할 뿐만 아니라 더욱 더 씁쓸하고 슬프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더불어 주말을 땀과 봉사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던 노(老)교장선생님의 실천과 소외된 이웃에게 봉사와 사랑으로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미국 지도층 인사들의 희생정신이 지금 이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귀기울이고 실천하는 지도층 인사들의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국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들에게 희생과 나눔을 약속받을 때이다.<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1998-10-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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