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와 권세와 사내들 바람기와(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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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9-21 00:00
입력 1998-09-21 00:00
그의 바람기 두어사례만 보자.한 상대는 스파르타왕비 레다.레다의 취미는 오후면 깊은 숲속 호수에서 즐기는 목욕이었다.제우스는 호수위 백조떼 속에 끼어들어 레다에게 다가가서는 관계를 갖는다.절세의 미녀 헬레네는 그 결과 태어난다.또 한 여성은 암피트리온의 아내 아르크메네.그 여자는 정절이 굳었다.그걸 알고 비서같은 헤르메스와 작전을 짠다.헤르메스가 하계를 내려다보니 그의 남편은 전쟁에 나가있다.제우스는 그 남편으로 변장하여 침실로.그리스신화 최강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여기서 태어난다.
제우스야 최고신이었으니 살잡히지 않았다 치자.하지만 오늘을 사는 사람 세계에서 어디 무사할 얘긴가.그래서 파경소리 오도당거리는가 하면 저명인사의 경우 빛나는 이력 위에 먹칠을 하기도한다.냉전체제가 끝나면서 ‘지구촌의 황제’같이 된 미국대통령도 이 바람기 때문에 호된 곤욕속에 말려들고 있다. 벌여놓은 일이 워낙‘화려’하여 뒨장질 말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건그렇고 한 검사가 끝내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는 이게 바로 힘의 미국을 이뤄낸 바탕이로구나 생각하게도 한다.
전통사회는 사내들 바람기에 비교적 너그러웠는데도 주색은 패가망신의 길라잡이라면서 경계했다.어떤이는 가훈으로 훈계하기도.조선 숙종때 학자 知足堂 權讓의 ‘영가가훈’(永嘉家訓)을 잠깐 들여다보자.“…의심쩍은 여자는 비록 곁에 두고 부리는 처지라해도 가까이 말라.한번 구차한 이름을 얻으면 남들이 다 이를 천하게 보고 한번 더러운 이름을 얻으면 종신토록 불행할뿐 아니라 자손의 혼취(婚娶)도 어려울 것이다”
사람은 남녀 할것없이 바람기의 유혹을 받는다고 한다.다만 자제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결과는판이해지는 것.그런 가운데서도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일 때는 더 많이 자제력의 한계선이 무너지게 돼있는게 사실이다.그나저나 바람기가 몰고온 미국정계 회오리바람은 언제까지 더 불어제낄건고.<칼럼니스트>
1998-09-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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